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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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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누리달
작성자 전주예술중 등록일 22.06.27 조회수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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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누리달


풀잎이라고 소리를 내면 입안에서 풀내음 날 거 같다던 시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세상을 베어 물면 초록 즙이 함뿍 나올 거 같은 그런 초록초록입니다.

이파리가 팔랑이고 바람이 불고 한차례 쭉 쏟아지던 소나기도 잠시 멈춘 시간입니다.

낼부터는 1학기 2차고사가 시작되는 날이라 점심식사 후의 5교시는 정말 고요합니다. 재잘재잘 교실에 있으면 서로 모르는 것을 묻거나 이야기 해주는 모습들이 정답습니다.

수요니 공급이니 이런거 몰라도 사는데 지장없고, 그 복잡한 수학식을 몰라도 크으게 불편함은 없을 터이나 교과서와 문제집 앞에서 진지한 아이들로 하여금 저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직 공부 많이 전부인 것 같던 시절을 산 저에게 요즘의 우리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그것을 해내려 발걸음 내딛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고 기특해 보입니다. 간혹 넘어져서 멍이 들기도 하고, 생채기가 생기기도 하지만 환하게 웃는 아이들 모습은 참 좋습니다.

출근하면서 출입문 앞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던 새를 보았습니다. 어딘가에 부딪쳐서 삶을 마무리한 그 녀석을 차마 모른 척 할 수 없었는데, 그냥 그냥 지나칠까를 다섯 번쯤 고민하다 집게를 찾았습니다. 마침 제 눈에 띈 여학생 하나를 불러 같이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어찌 그것을 집게로 집냐고 손으로 집으면 안될까요를 속삭이는 그 아이에게 과감히 어헛이러면서 주차장 한 켠에 집게로 땅을 파고 그것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근처의 달걀꽃을 꺾어 이름도 모르는 그 새의 평안을 빌었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그 아이는 그 시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할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종이 칩니다.

지난 만우절 제 수업시간에 저 앞에서 퍽 쓰러지는 명연기를 실감나게 펼쳤던 아이는 지금 책을 보고 있을라나 하는 궁금함이 생깁니다. 학교 잘 다니고 우스갯소리 잘하며 학급의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했던 아이가 어느날 전학간다는 말로 마음을 무겁게 하더니 그 또한 저에게 했던 뻥이었음을.. 저는 격하게 속았습니다.

그래도 이쁜 아이들입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녕하세요인사하며, 사진기 들이대면 살풋 웃어주며 포즈까지 취해주는 그 아이들 모습이 초록초록 6월과 정말 잘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으며, 시험 앞에 겸허한 자세로 책을 마주하고, 어른들께 예의를 다하는, 생명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는, 푸른 에너지 몽씬 품은 우리 아이들과 딱 어울리는 달. 6월은 그런 달입니다.

 

  

번외! (4-2-1: 사뿐사뿐-이뿐이뿐-일뿐)

선생님들이 수업으로 비운 교무실은 조용합니다. 허전하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곧게 자라는 다육이가 꼭 씩씩하게 자라는 우리 같습니다.

교무실에 사뿐사뿐 들어서는 걸음걸음이 이뿐이뿐 짓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날 올려다 본 하늘에 하얀 구름이 하트모양이어서 찰칵 담아봤습니다. 잎사귀에 매달린 빗물이 싱그러워 담아봅니다. 교무실에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울립니다. 업무 관련으로 통화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시간의 흐름에 더해지고 제 조그만 수첩에는 학기말 해야 할 것들을 적어 봅니다. 삶은 일뿐이라지만 그래도 그것을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또 다른 시작을 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임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상임을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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