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프랜시스 퍼치고트(Robert Francis Furchgott, 1916~)
로버트 퍼치고트미국
미국의 약리학자.
노스캐롤리나 대학교에서 화학을 공부하였으며, 1940년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56년에 뉴욕 주립대학교 약리학과 교수가 되어 1988년까지 재직하였다. 1988년에 동 대학교 건강과학센터 교수 및 및 마이애미 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 부교수가 되었다. 일산화질소가 세포들 간의 신호전달 물질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루이스 이그내로(Louis J. Ignarro, 1941~)
루이스 이그내로미국
미국의 약리학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하였으며, 1966년에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약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79년에 뉴올리언스에 있는 툴레인 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 교수가 되어 1985년까지 재직하였으며, 1985년에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과 교수가 되었다.
페리드 머래드(Ferid Murad, 1936~)
페리드 머래드미국
미국의 약리학자.
1965년에 클리블랜드에 있는 웨스턴리저브 대학교에서 의학 박사학위와 약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75년에 버지니아 대학교 내과 및 약리학과 교수가 되어 1981년까지 재직하였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스탠퍼드 대학교 내과 및 약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노벨상 시상 연설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로버트 퍼치고트 박사님, 루이스 이그내로 박사님, 그리고 페리드 머래드 박사님. 이 세 분은 생체 내부에서 잠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일산화질소가 세포들 간의 신호전달 물질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을 각자의 연구로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며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발견으로 생의학 연구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1980년부터 로버트 퍼치고트 교수님은 이 분야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과학자들은 혈관 내벽의 내피세포들은 단지 수동적이며 보호적인 특성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퍼치고트 교수님은 혈관 내벽의 수축과 이완 작용이 뜻밖에도 내피세포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박사님은 이른바 ‘샌드위치 실험법’이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매우 중요한 연구 결과를 얻었으며 이것은 미래의 과학 발전에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 샌드위치 실험법을 이용하여 대동맥 조각에서 일어나는 여러 반응을 조사하였습니다. 한 조각은 내피세포가 완벽하게 존재하였고, 다른 조각은 내피세포가 제거된 것이었습니다. 내피세포가 없는 경우에는 자극에 의한 수축 작용이 일어난 반면, 내피세포가 있는 경우에는 수축도 이완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두 개의 조각을 붙여서 샌드위치 모델을 만들었을 때, 앞에서와 동일한 자극은 수축 작용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완 작용을 일으켰습니다. 퍼치고트 교수님은 이 연구를 통해 내피세포로부터 어떤 미지의 물질, 즉 어떤 인자가 생성되고 이것이 내피세포가 제거된 대동맥 조각에 수송됨으로써, 결국 이완 작용이 야기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발견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내피세포 인자의 존재를 탐색하기 시작한 신호탄과도 같았습니다. 그 탐색에는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여러 가설들이 세워졌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이 인자가 질소 함유 물질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와 같은 가설의 배경에는 페리드 머래드 교수님의 연구가 한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니트로글리세린이 대동맥 근육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구아닐릴사이클라제라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고리형 GMP(cyclic GMP, cGMP)를 증가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완 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이 일산화질소를 방출함으로써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그는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하여, 구아닐릴사이클라제를 포함한 근육조직을 준비하면서 일산화탄소 기포를 넣어 주는 간단한 과정을 하나 추가하였습니다. 그러자 cGMP의 생성이 증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효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의약품의 새로운 기전이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급성통증 치료를 위해 니트로글리세린을 사용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했던 실질적인 작용 원리가 드디어 밝혀진 것입니다. 페리드 머래드 교수님의 이 실험은, 퍼치고트 교수님이 내피세포 인자를 발견하기 몇 년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이 실험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냈고, 이 지식은 후에 내피세포 인자들의 탐색에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세 번째 수상자인 루이스 이그내로 교수님 역시 이 탐색의 과정에서 많은 과학적 업적을 남겼습니다. 머래드 교수님의 발견에서 영감을 얻은 이그내로 교수님은 일산화탄소가 혈관 내벽을 이완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사님은 1980년대 전반기를 지나는 동안 이 인자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업적은 로버트 퍼치고트 교수님과 거의 동시에, 그러나 독립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인자의 실체는 점점 명확해져 갔습니다.
퍼치고트 교수님은 1986년 여름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메이오 클리닉에서 열린 학술회의 중에 내피세포 인자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회의에서 퍼치고트 교수님은, 몇몇 발견을 근거로 그 인자가 일산화탄소와 동일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이그내로 교수님도 같은 회의에서 이에 대한 지지 발표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그내로 교수님은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습니다. 그는 물질들이 각자 독특한 분광을 보인다는 것을 이용하여 분광분석법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환원 형태의 헤모글로빈이 내피세포 인자와 반응할 때의 분광이 일산화탄소와 반응할 때의 분광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여 그 인자가 일산화탄소임을 명확히 밝혀냈습니다.
이제 탐구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피세포 인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내부에서 잠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기체가 우리 몸의 세포 사이에서 신호전달물질로서 작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새로운 발견은 우리에게 니트로글리세린의 작용 기전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고혈압과 급성통증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이 약물의 기전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고혈압을 앓던 알프레드 노벨 박사님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받았다네. 이야말로 운명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의사들은 화학자나 일반인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니트로글리세린을 트리니트린이라고 부르고 있다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노벨 박사님은 니트로글리세린이 두통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내피세포 인자인 일산화탄소를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법이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심한 염증 질환의 진단법도 개선되었으며,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일산화탄소와 관련된 연구는 1986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며 양적으로도 그 규모가 매우 방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