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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리포트] ‘셀프 업’ ‘계고’…이해 못할 정부 보도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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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심수연 | 등록일 | 18.11.27 | 조회수 | 103 |
교육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한글로 대체할 수 있는데도 외국어를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572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가치를 전하고 올바른 한글사용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국어기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중요 정책이나 소식을 다수에게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외국어를 남용한 사례가 많았다.
■ 보도자료 하나에 담긴 외국어 남용 실태= 우리말 우리글 지키기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가 지난해 17개 정부 행정부처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도자료 하나당 평균 3.1회씩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외국어를 남용한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보도자료 하나당 평균 7.1회였다. 분석 결과를 보면, ICT, AI, R&D, SW, ODA, 對, 美, 前 등 외국 문자를 본문에 그냥 써 실정법인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사례는 보도자료 2726건에서 8331회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자료 하나마다 평균 3.1회를 위반한 셈이다. 2016년 같은 기간 보도자료 3505건에서 7782번을 어겨 평균 2.2회 위반한 것에 비하면 위반 횟수가 많아졌다. ‘콘텐츠(내용, 목차, 알맹이)' ‘스마트(깔끔한, 똑똑한)' ‘컨설팅(상담)'과 같이 외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기만 하는 비율도 많이 늘었다.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순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012건을 사용해 보도자료 하나마다 18.2회씩 외국어를 한글로 적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7회 △고용노동부는 8.6회 △농림축산식품부는 8.3회 △교육부는 8.2회나 썼다. 대학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도 국어기본법을 어긴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Univ+City 전시회 개최’ ‘윗말축제 Start Up Festival’ ‘K-MOOC’ ‘2018 CanDo Leader 캠프’ ‘Design Day Marathon 경진대회’ 등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체인지메이커’ ‘비즈니스파트너’ 등 외국어를 한글로만 표기한 사례도 있다. ■ 국민 권익과 직결ㆍ경제적 손실도 상당해= 부적절한 공공언어가 미치는 부작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 때문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이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어려운 행정용어 및 정책 이름으로 한 해 17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며, 이를 개선할 시 2030년까지 3269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개선이 필요한 용어로는 ‘익일’ ‘귀책사유’ ‘바우처’ 등의 용어가 꼽혔다. 연구에 따르면 알기 쉬운 행정용어 및 정책 이름으로 바꾼다면 △2015년까지 5년간 총 920억원 △2020년까지 총 1884억원 △2030년까지 총 3269억원이 절감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어려운 용어로 인해 추가로 들이는 평균 소요 시간에 평균 노동 임금(1만2331원) 등을 적용한 수치다. 김미형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상명대 교수)은 “‘맘프러너’처럼 무슨 뜻인지 몰라 정책이 실패한 사례가 아직도 꽤 있다”며 “눈에 띄는 정책 이름을 지으려다 보니 외국어나 한자를 사용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적절한 언어사용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익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미형 회장은 “정책 용어가 어려워 누려야 할 혜택을 못 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문제”라며 “공공언어는 대중이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정책이나 제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소외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언어는 바르고 쉽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도자료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2016년 시행된 ‘보도자료에 대한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과 대학생 485명을 대상으로 전체 부처 중 교육부 등 4개 부처를 대표로 선정해 각 부처에서 생산한 보도 자료에 대한 이해도를 조사했다. 논문에 따르면 검사 실시 후 대학생 10명과 개별 면담을 진행한 결과 이들은 ‘설문검사지가 매우 어려웠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설문지의 반도 못 맞혔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보도자료가 어려운 텍스트이며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제시한 보도 자료 텍스트 난이도 상승 요인을 정리하면 ‘어려운 한자어, 전문용어,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텍스트 구조, 관련 내용에 대한 배경 지식 부족’ 등이다. 예를 들어 ‘전담(專擔)’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학생이 8%, ‘공시(公示)’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학생은 10%에 불과했다. 논문은 “공공언어가 본래의 생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공언어 생산자가 쉽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더불어 공공언어 수용자들이 공공언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국어기본법이 있는데도 ‘유명무실’= 국어기본법 제14조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은 행정기관이 ‘국어책임관’을 의무적으로 지정해 해당 기관의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도록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어책임관은 정책 홍보를 위해 알기 쉬운 용어를 개발ㆍ보급하고, 보도자료도 살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정부 부처 및 지자체에 769명의 국어책임관이 지정돼있다. 또 대학 등 20곳에 ‘국어문화원’이 설치돼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어책임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한 홍보담당관에게 국어책임관이 누구냐고 묻자 “국어책임관이 무엇인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로 홍보담당관 과장급이 국어책임관을 맡고 있는데도 그랬다. 김 회장은 “공공언어는 언어 사용의 기준을 제시하는 규범적 의미가 있다. 일반 국민은 평소에 표준어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으니 더욱더 바르게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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