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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위안부 왜곡 ‘아베의 교과서’ 초·중·고 완결

이름 심수연 등록일 17.10.29 조회수 2069
24일 공개된 일본 고등학교 고학년용 역사·사회과목 교과서 검정 결과를 끝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년간 추진해 온 ‘교과서 개악 작업’이 반환점을 돌게 됐다.

2012년 말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해 온 ‘자학 사관’ 탓에 아이들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대대적인 우경화 교육을 추진해 왔다. 그 핵심이 다름 아닌 ‘교과서 기술’ 개악이었다. 아베 총리는 집권 1년만인 2014년 1월 교과서 집필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와 ‘교과서 검정기준’ 등을 개정해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임을 못박게 했고, 역사 관련 내용을 적을 땐 ‘정부의 통일적 견해’를 따르도록 했다. 그에 따라 2014년 초등학교, 2015년 중학교, 2016년 고등학교 저학년 역사·사회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다.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고,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관련 기술이 크게 후퇴했다. 일본이 “교과서를 집필할 땐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 조항’(1982년)이 폐기된 것이다.

올해 검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안부 관련 기술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검정이 이뤄진 ‘일본사A’의 경우, 검정을 신청한 6개 출판사 모두에서 위안부 기술이 담겨 있었지만, 이번엔 13종의 역사 교과서 가운데 4종에서 관련 기술이 빠졌다. 앞서 중학교에선 1996년 교과서에 위안부 기술이 처음 포함됐다가 아베 총리 등 우익들의 반발로 1종을 제외하곤 모든 교과서에서 관련 기술이 삭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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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위안부 기술이 포함된 교과서에서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12·28 합의 관련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수정명령을 내리는 등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짓교출판 <일본사B>의 경우, 애초 출판사가 검정을 신청할 땐 12·28합의 내용을 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학생들이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출판사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도록 수정 명령을 내렸다. 또 “주한국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도 소개하도록 했다. <짓교출판>은 합의 내용을 기술하면서도 “이 합의에 대해 전 위안부들 모두가 납득한 건 아니다”는 표현을 집어넣었다. <도쿄서적> 등 다른 출판사들은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일본 정부의 자금을 출연해 한일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교과서를 정권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아베 정권의 태도는 집단적 자위권 등 다른 현안에 대한 기술에서도 확인된다. 짓쿄출판은 <정치·경제> 교과서에 아베 정권이 2014년 7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한 문제에 대해 “일개 정권의 해석에 따라 그동안 위헌이라고 해온 것을 합헌이라 하면 헌법의 존재의의가 사라진다”며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란 이유로 해당 구절을 “헌법 9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 헌법 개정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으로 바꾸게 했다.

일본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교과서 운동을 진행해 온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이하 역사교육연대)의 이신철 상임운영위원장(성균관대 연구교수)은 “교과서에 정부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반영하라고 수정 지시를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정치개입으로 역사 교육을 정치 도구로 만들려는 시도이다. 일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정권이 붕괴에 이르게 됐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의 잘못된 교과서 개입에 맞서 전 세계 교과서들이 위안부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시민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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