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심리)

心連 , 深連 (심연)

"오른쪽으로 눈 굴렸지? 딱 걸렸어, 당신 거짓말"

이름 강이슬 등록일 18.09.20 조회수 250
'숨겨진 심리학' 표창원 경찰대 교수
"눈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령 용의자가 어떤 질문을 받고 오른쪽 위를 쳐다보며 대답을 이어간다면 뭔가를 꾸며내거나 상상하고 있는 거지요. 뇌의 창의적인 영역을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눈동자가 왼쪽으로 향한다면 기억을 탐색하거나 진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45)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간의 몸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는 과장되게 웃거나 안면근육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상대가 10초 이상 지속적인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거의 가짜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말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데 이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심박 수가 빨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입으로는 30억원이라고 하면서 손가락을 다섯 개를 펴보이는 '언어와 비언어의 불일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표창원 교수는“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감춰둔 모든 카드를 읽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프로파일러가 되라”고 말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표 교수는 "프로파일러(profiler)라고 불리는 범죄심리분석가는 상대의 숨은 속마음을 읽고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과 협상의 대가"라고 말한다. "범죄현장에서 만난 피의자 대부분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에 상대에게 쉽게 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다. 이때 투입된 프로파일러는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일절 입을 열지 않는 심리적 특성을 여러 방법으로 공략, 상대에게 틈이 생겼을 때 과학적 증거와 논리를 내세워 자백을 받아낸다."

표 교수는 이러한 프로파일러의 특성이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비즈니스맨들이 갖춰야 할 조건과 부합한다며, 고도의 심리전에 응용 가능한 프로파일링 전략 37가지를 신간 '숨겨진 심리학'(토네이도)에 담았다. 협상을 이끌어내려면 "심리적인 마사지로 감정의 방어막을 허무는 것"이 중요한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백트래킹(backtracking)'이다. 상대방 말에 맞장구를 치거나 보충설명을 하는 과정으로, 상대가 느끼는 감정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기법이다.

공격적으로 피의자를 몰아붙이는 '나쁜' 경찰과 담배를 권하며 살살 달래는 '좋은' 경찰이 번갈아 심문하는 '굿 캅 배드 캅(good cop bad cop)' 전략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우 유용하다. 같은 조건이라도 그보다 못한 제안 뒤에 제시받게 되면 훨씬 유리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대조 효과'이다. 일상생활에서 처음에는 어려운 부탁을 했다가 상대방이 거절하면 수위를 낮춰 다시 부탁하는 경우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처음에 자신이 거절한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책에는 표 교수의 직·간접적 경험이 반영돼 있어 훨씬 설득력 있다. 경찰대 졸업 후 경기도 화성경찰서와 부천경찰서 형사과 계장으로 근무한 그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부천 대학입시 시험지 도난사건 수사 실패를 겪으면서 "엘리트 경찰이 평범한 범인들에 휘둘리는 현실에 극도의 무력감"을 느꼈다. 전문적인 범죄수사 기법과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한 순간. 유학 길에 올라 영국 엑시터대학에서 경찰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후 범죄학·피해자학 분야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표 교수는 "책에서 기술적 기법만을 취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때 '진심'은 "전략적 직관과 과학적 통찰력을 두루 갖춘 진심"이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08/20110408023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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