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심리)

心連 , 深連 (심연)

<범죄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소통의 기술>

이름 이지윤 등록일 16.06.14 조회수 438
<범죄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소통의 기술>
 

표창원 '숨겨진 심리학'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프로파일러라고도 불리는 범죄심리분석가는 일반적인 수사기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에 투입돼 용의자의 심리와 습관 등을 분석하고 도주경로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피의자 신문에서 피의자의 마음을 열어 범죄사실을 자백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방의 심리를 읽어내고 마음을 움직여 내가 원하는 것을 끌어내는 기술을 가진 그들이야말로 설득과 협상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범죄심리학자인 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쓴 '숨겨진 심리학'(토네이도 펴냄)은 이러한 범죄심리학의 기법에서 일상 속 소통의 기술을 끌어낸 책이다.
다양한 실제 범죄사건 사례를 바탕으로 '약점이 없는 상대는 약점을 만들어라' '눈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파악하라' '피드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라' 등 조언을 제시하고 이를 비즈니스 협상 등에 적용시켰다.

가령 피의자를 신문할 때 "지난주 화요일 저녁 7시에 신당동 몇 번지에 있는 빌라 2층에 들어갔지?"라는 식으로 먼저 답을 주고 "예, 아니오"를 끌어내는 유도신문은 증거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상대가 이후 언제라도 "당신이 자꾸 그렇게 얘기하길래 그냥 대답한 것"이라고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로파일러는 "그 사건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 말해달라"는 식으로 최대 9:1의 비율까지 상대방에게 대화 점유권을 넘겨주는 것이 좋은데, 이는 비즈니스 협상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서로가 감추고 있는 것을 탐색하고 그것을 나눠 갖기 위해 조건을 조율하는 것이 협상이라고 할 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만큼 상대방을 탐색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 된다. 따라서 협상을 할 때는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발언권을 주는 것이 좋다."(145쪽)
쌍둥이 언니를 살해한 여성 피의자의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녀의 고향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먼저 꺼냈던 프로파일러의 사례를 통해서는 상대방의 입을 열게 하는 '프라이버시 이펙트(사생활 효과)'를 설명한다.

"업무와 같은 목적을 벗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이 상대는 낯선 사람에 대한 불신감을 없앤다. 인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나 사건 등을 화제로 삼으면 자아의 일부를 자극받는다."(179쪽)
잔인한 범죄의 세계와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가 상당히 닮아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304쪽. 1만5천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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