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심리학] `30분밖에`…`30분이나`…시간의 느낌이 결과 바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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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소현 | 등록일 | 16.05.01 | 조회수 | 305 |
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측면이 많다.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에게 언제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에 그 소중함을 평상시에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독특한 측면을 정말 많이 지니고 있는 것 또한 시간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두서 없이 꺼내느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시간에 관한 우리 각자의 관점은 우리 생각과 행동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이 시대 리더들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생각거리를 부여한다. 실제로 객관적으로는 같은 길이의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시간을 심리적으로 어떤 길이로 느끼느냐에 따라 의미심장한 차이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를 보여드리기 위해 꽤 많은 분에게 즉석에서 보여드리는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예로 들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입사지원자의 인사 서류를 검토하게 한다. 그 서류는 꽤 두툼해서 그 지원자에 관한 상당한 양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해당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사실 그 두 그룹에는 같은 시간과 정보가 주어진다. 그럼에도 평가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떤 길이로 느끼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들이 입사지원자를 평가하는 기준과 근거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하는 것이다. A그룹 평가자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30분밖에 시간이 없으니 이 지원자의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해주십시오." B그룹 평가자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30분의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이 지원자의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해주십시오." 그렇다면 A와 B 두 그룹 모두에는 결국 3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 두 그룹 사이에는 지원자에 관한 평가는 물론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지원자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정보에 있어 중요한 차이들이 발견된다. 30분밖에 시간이 없다고 들은 평가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십상일 것이다. 그 결과 평가자들은 구체적인 정보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며 지원자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의 양상을 띤다. 예를 들어 지원자의 인사 서류에 있는 학점, 영어 시험 점수, 혹은 출신 학교나 자격증 등이 그 좋은 예다. 하지만 30분의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들은 평가자들의 지원자에 관한 평가 근거와 기억은 전혀 달랐다. 이 사람들에게서는 숫자나 구체적인 정보를 근거로 삼거나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확연히 감소했다. 대신 보다 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이 지원자는 활발하고 진취적인 것 같다'든가, '내성적인 것 같지만 자기 주관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등과 같은 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차이가 인사 평가 전문가들에게 있어서도 여전히 관찰된다는 점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차이가 만들어지는가.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시간을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구체적인 정보에 매달리려고 한다. 왜냐하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사람은 옳든 그르든 간에 구체적인 무언가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대부분 심리학 연구의 결과이니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낀 사람은 불안이 크지 않으니 다소 모호하지만 추상적이거나 질적으로 다른 정보를 더 중요시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폴로어들로 하여금 그 시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리더는 특정한 일을 더 잘하게 만들 수도 혹은 못하게만들 수도 있다. 폭넓은 사고와 거시적 관점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같은 시간이라도 길게 보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면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야 한다. 인간은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어떤 길이로 느끼느냐에 따라 잘하고 못하는 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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