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심리)

心連 , 深連 (심연)

사회심리학과 게임

이름 선나은 등록일 16.04.09 조회수 341

[인터뷰] 심리학자 이장주 박사, "게임중독? 기성세대의 심리적 소화불량 현상"

 

 

테마 3. 사회문화심리의 관점으로 바라본 게임의 과거와 미래



지금까지 말씀을 들어보면 박사님께서는 중립적인 견해를 상당수 가지고 계신데요. 한편으로는 게임에 대한 애정도 꽤 느껴집니다.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제가 게임에 관심을 갖는 건, 앞으로의 여가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게임이 힘을 잃는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이토록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가도 흔치 않은데요. 그러니 답답한 겁니다.

제가 2003년도에 사회문화심리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는데요. 이게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상담심리하고는 좀 다릅니다. 사람들이 좀 더 즐겁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는 긍정의 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분야라고 할 수 있죠.

어디 보자... 그러니까, 주 5일제 근무제 분위기가 생겨난 게 2005년부터인데요. 그때 사회문화심리학의 필요성도 같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주 5일제가 되면 여가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e스포츠가 슬슬 붐이 되고 있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콘텐츠로서 e스포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 5일 근무는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야근이나 초과업무는 빈번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죠. 여가, 이른바 '노는 시간'을 준다는 건 산업의 생산성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만,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몰려 있는 채로 돌지를 않아서 문제가 되는 거죠.

그 해결을 위한 바탕에 여가가 있습니다. 노는 시간을 줘야 돈을 쓰게 마련입니다. 한 가족을 단위로 봤을 때, 그 구성원들이 여가를 위해 사용하는 돈은 상당합니다. 각자가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가족여행 등 다함께 쓰는 것까지 포함하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죠. 그런데 바로 그 '돈 쓸 시간'이 충분치 않으니 돈은 어딘가에 계속 고여있게 됩니다. 내수가 돌지를 않게 되는 거죠.

저는 돈을 쓰는 것을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안 쓰면 안 되는 돈'입니다. 먹는 것이나 병원 치료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들이죠. '최소한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는 비용이고, 이런 것들은 네거티브한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죠.

나머지 하나가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데 쓰는 돈'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품위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행위에 소비하는 것이 이에 해당하죠. 생활 수준 유지에 돈을 써서 0을 만들었다면, 이러한 소비로 플러스(+)를 만듭니다.

여가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수단은 보다 다양해져야 하고, 저는 게임이 그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가'는 재충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
게임 역시 여가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사회문화심리학의 측면에서 게임이 잠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의견인 듯 한데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신 논리적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회문화심리학에서는 큰 흐름을 봅니다. 1~2년, 2~3년이 아니라 100년, 200년, 300년의 긴 시간 동안 나타나는 문화현상의 트렌드에 주목하는 학문이죠. 짧은 시간으로 나눠서 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혁신적 변화들은 보다 큰 범위에서 봤을 때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문화현상의 변화는 인간사회의 심리기제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대개 어떤 혁신이라 할 수 있는 발전 혹은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죠.

한 예로, 시계의 보급을 들 수 있습니다. 시계의 크기가 작아지고 너도나도 하나씩 가지고 다니게 되면서 사람들은 시간에 좀 더 민감해지고 보다 딱딱 계획된 삶을 살게 됐습니다. 시간을 지키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고, 짧은 시간에 일을 해내는 것이 능력의 기준이 되는 것도 시계 기술의 발달과 보급이 만들어낸 문화현상의 흐름입니다.

산업시대의 주력은 제조업이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물건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죠. 일단 물건을 잘 만들어놓기만 하면 잘 팔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예전에 비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풍족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잘 만든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소비자들이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가 자신에게 무언가 감동을 주는 물건을 사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고방식이 만들어진 겁니다.

사회문화심리학에서는 이런 식으로 문화현상의 커다란 흐름과 그 바탕이 되는 원인을 봅니다. 어떤 문화적 현상이 나타나고 보편화됨으로써 인간사회의 기저에 깔리는 심리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캐치하는 거죠.

문화현상의 흐름이라는 개념을 쉽게 이해할 만한 예제가 또 있을까요?

세상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는 여러 혁명적 사례들을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보자면 기계, 그러니까 하드웨어적인 것을 고안해 낸 사람들은 사실 금전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든 건 포드지만, 자동차가 발달하고 보편화됨으로써 부자가 된 사람은 석유재벌 록펠러입니다. 이 사람이 어느 정도였냐면, 미국 GDP의 2%를 혼자서 차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국가의 생산량을 100으로 봤을 때 그 중 2개가 '단 한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겁니다. 이래가지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죠. 미국에서 독점금지법(반독점법, Anti-trust Law)이 등장하게 된 것도 이 사례와 연관이 있습니다.

* 독점금지법 (Anti-Trust Law) : 1890년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존 셔먼이 스탠더드 오일(록펠러가 1870년 설립한 석유회사)을 겨냥해 제정한 셔먼법을 시작으로 함. 셔먼법은 동종 업종의 '카르텔'(기업연합)과 '트러스트'(기업합병)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함. 이후 1914년 클레이턴 법, 연방거래위원회 법 등 3개 법령과 관련된 판례로 구성되어 있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조금 궤가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사례로, 빌 게이츠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도록 해준 건 컴퓨터 자체가 아닙니다. 그것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운영체제 윈도우, 즉 소프트웨어 콘텐츠였죠.

좀 더 최근의 사례 중에서 찾아보자면, 이런 게 있겠네요. 게임을 TV와 연결해 큰 화면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처음 그 방식을 생각해냈을 당시에는 어땠을까요. 정말 혁신적인 생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익숙한 보편적 개념입니다. 너도나도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그것 이상의 가치와 경험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니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하네요. 그렇다면 게임이 언급해주신 예제들에서처럼 인류 문화의 흐름에서 어떤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사례들을 이야기하다가 잠시 딴 데로 샜습니다만, 앞서 하던 이야기들과 연관 짓자면 중요한 건 이겁니다. 게임이라는 강력한 콘텐츠를 이미 가지고 있는데, 굳이 그것에 제약을 걸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더 폭넓게, 제대로 이용하려 해야죠.

이를 테면, 차 안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냉장고를 게임처럼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이런 식으로 게임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의 근본 원리가 재미에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재미와 관련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런 일을 구상하는데 가장 민감하고 촉이 좋은 사람들은 바로 게임 개발자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일 겁니다. 그들이 주축이 되서 앞으로 게임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흔히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바라보고 계신 듯합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실 듯 한데요. 기능성 게임이나 게이미피케이션 같은 개념들에 대해 '게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로, 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불빛이 들어올 때 쓰레기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리켜 '분리수거를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례'라고 소개한 것이 있죠. 이에 대해 "그게 무슨 게임이냐"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보수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좋은 발상인 것 같다"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여야죠.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게임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꼭 엄청난 서버 규모가 있어야,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그래픽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게임인가요? 안 그래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스스로 소수라고 느끼는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게임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굳이 서로 편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거기서 뭔가를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생산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왜 재미있는지 등을 파악해 다른 게임을 만들 때 '기본적인 재미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겠죠.

'메이저', 또는 '주류'라는 위치는 세상이,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주는게 아닙니다.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죠. 세상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지금까지의 게임은 어느 정도 잘 헤쳐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변화의 기류를 잘 탄다면 게임은 더욱 넓은 범위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날짜 :
2014-07-03 11:49  
이종훈(JeeK@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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