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문예창작)

글샘

*글이 끊이지 아니하고 솟아 나오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꿈과 글이 샘솟는, 문예창작 동아리 입니다.

NPC! Prologue(1) 박연정

이름 정다운 등록일 14.10.26 조회수 767


Negative Positive Characters!

Prologue(1)


 

늦가을. 전국에 가랑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이른 아침부터 연거푸 비를 내리던 하늘은 그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지 오후에 들어서면서 점점 거칠고 사납게 변했다. 중심 하수구들이 막혀서 바깥은 때 아닌 물난리로 소란스러웠다. 편집부장은 턱을 괴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행렬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돌렸다. 그리고 남아있는 서류를 처리하는 대신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어떻게 보면 와야 할 무언가를 기다리다가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일련으로 이어지는 엇박자의 똑똑 소리가 작지만 또렷하게 울렸다. 주변에 앉아있는 몇몇 사원들이 편집부장의 자리를 힐끔거렸다. 날씨 탓인지 회사 내 분위기가 우중충했다. 분명 평소 이 시간이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며 축제분위기를 형성했을 텐데 오늘은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린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이곳저곳에서 한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구수정씨는 올 생각이 없는 것 같네요.”


편집부장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사실을 알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계를 응시했다. 편집부장은 또 다시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빨간불이 파란불이 되고, 다시 파란불이 빨간불이 되고를 반복하며 사람들의 행진은 이어졌다. 거리는 계속해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사이로 추적거리는 빗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여전히 책상위의 손가락 소리는 반복해서 이어졌고 분위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약 한 시간가량 계속된 정적의 무게를 버티며, 715. 퇴근 시간을 15분이나 넘기고 나서야 기획실의 문이 힘껏 열렸다. 모두가 기다리던 얼굴이었다.


, 아니, 부장님!”


당사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지 회사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유독 밝고 쾌활했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편집부장의 앞까지 스스럼없이 걸어 나가, 반쯤 물에 젖은 종이파일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우산을 놓고 나갔다 온 모양인지 그녀의 온몸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변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와 그녀를 위해 기도하는 몇몇의 소리가 웅얼거리며 흩어졌다. , 신이시여. 누군가의 낮은 외침과 함께, 종이를 받아든 편집부장은 축축해질 대로 축축해진 종이의 촉감에 한번 미간을 좁혔고,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물들이 바닥에 고이는 것을 보곤 눈썹을 꿈틀거렸으며, 제멋대로 번져버린 종이파일을 보고 끝내 언성을 높였다.


구수정씨. 지금 정신이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편집부장의 목소리에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비치지 않았다. 원체 이성적인 사람이기는 했다만, 그 일정 톤을 유지하며 맞는 말만을 꼬집어 댔기에 그녀의 얼굴에서 금세 웃음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토를 다는 그녀에 의해 결국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연이어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요, 시간이 늦은 건 둘째 치고. 이걸 소설이라고 써다 바친 겁니까? 구수정씨한텐 미안하지만, 이건 소설 취급도 못해주겠습니다. 우리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쓰는 거지, 어린 애의 장난 글을 쓰는 회사가 아닙니다. 구수정씨 눈에는 동화라는 게 단순히 미취학 아동의 글짓기 수준인가 본데, 그럴 바엔 사직서 내세요.”


, 하지만 부장님!”


당신 같은 직원 이 회사에 필요 없습니다.”


부장님, 다시 읽어보세요. 잉크가 좀 번지긴 했어도 제가 꼬박 한 달을 밤새워 쓴 소설인 걸요!”


다시 말해드릴까요? 필요, 없습니다.”


그녀에게 편집부장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반쯤 울상이 되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트릴 것 같았다. 일방적인 꾸짖음을 지켜보던 방관자들은 어떻게든 중재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느 부분에서 타이밍을 잡아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그녀의 안위를 위해 기도하던 몇조차도 누가 회사에서 잘릴 각오를 하고 이 반복적인 레파토리를 부숴주었으면 하고 빌었다. 그리고 그 때, 뜬금없는 외침으로 우선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 부장님, 오늘 승진하셔서 기분 좋은 날인데 굳이 기분 망치실 필요는 없어요.”


…….”


오랜만에 회식이라도할까요?”





.


소설 안 쓴지가 하도 오래 되서 필체가 기억이 안나...글을 어떻게 쓰더라;

제대로 쓰고 있는 게 맞는 거겠지? 문집에 올릴 소설 프롤로그인데 괜찮다고 말해줘..

(아직 5장밖에 못썼다는게 엄청난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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