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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던 소녀 - 20506 김유진

이름 김유진 등록일 13.09.13 조회수 825

피아노를 치던 소녀

 

2학년 5반 6번 김유진

 

 

이름과 별명의 상관관계가 클까, 행동과 별명이 더 클까.

무엇봗 확실한 것은 별명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그러 할 운명에 이름을 붙인 것이 별명일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우리가 늘 '피아노 소녀' 라고 부르던 아이가 이렇게 정말 피아노를 치는 소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린 것에 대해 나는 신기해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아이의 별명이 '피아노 소녀' 라고 불리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아주 오래 전인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 음악 실기 수행평가 시간에 그 아이가 피아노를 쳤다는 것 뿐이니까.

덧붙이면 그 날 그 소녀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서 꽤나 어렵다고 생각했던 클래식을 쳤었다는 것도 꽤나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른 아이들 모두 기본적인 연보라색의 플라스틱 리코더만 불러대던 와중에

홀로 검은색으로 세련되게 잘 빠진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다시 생각해도 그 당시 '피아노 소녀'는 초등학생 같지 않던 조숙함이 있던 듯 하다.

 

아니던가? 실은, 그 전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아이였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었는지.

심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처음 본 순간 '우리 학교에 과연 이런 아이가 있던가?'싶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 아이의 존재감은 확실해 졌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커다란 행동을 하던 것도 아니였지만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 자리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흘러 나왔다.

 

중학교 입학식 때는 특히 더했다.

곱게 빗은 머리와 단정한 교복. 똑부러지던 시선까지.

더이상 소녀가 머물렀던 자리가 아니라 소녀 자체에서 피아노를 치는 느낌이 흐러나왔었다.

 

그래서 그 소녀가 내 옆을 지나갈 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소녀를 쳐다 보게 되었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소녀는 더 '피아노 소녀'같아졌었다.

 

갈수록 더욱.

피아노 소녀처럼 고독함, 쓸쓸함, 고상함. 그러한 느낌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소녀의 곁에 보이던 친구들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소녀의 모습도 점점 야위어 갔다.

 

내가 기억하는 소녀의 마지막 모습은

졸업식 때 홀로 앉아 고개를 숙이고선 음악을 듣던 모습이었다.

 

그 이후 소녀는 어느 고등학교로 갔었는지 마주치지 않았고,

그저 내 기억에는 피아노를 치던 소녀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그러던 몇일 전, 중학교 동창에게서 연락이 왔다.

 

"피아노 소녀 기억나? "

 

"응? 갑자기 왜?"

 

"그 애 이번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동창이긴 하니까, 장례식에는 가야 할 것 같아."

 

"다른 친구는 없데? 우리가 친했던 것도 아닌데."

 

"응. 없나봐. 듣자 하니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었는데,

 중학교 즈음부터 점차 혼자 있다가 고등학교에 가서는 아파서 인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자퇴하고서 부모님과도 떨어져서 혼자 살았다더라고."

 

"아..."

 

"그러다가 이번에 교통사고가 난 거고.

 이런말 해서는 안되는 거 알지만, 정말 그 아이 같이 죽은 것 같아."

 

"뭐?"

 

"왜, 우리들 얘기했었잖아. 그 아이보고. 꼭 피아노를 치는 소녀 처럼 살 것 같다고."

 

"맞아. 종종 교실에서 그런 얘기를 했었지."

 

"뭔가 우리들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 미안해지네."

 

"설마, 그 아이가 우리들의 얘기를 들었겠어? 아닐거야."

 

"그래,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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