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밤에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고시원에서 술에 취한 주한미군이 침입해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한국 수사기관이 가해 미군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한미SOFA의 문제점을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미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는 ‘주한미군지위협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국제법과 국제관례상 외국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의 법률질서에 따라야만 한다. 다만 주둔하는 나라에서 수행하는 특수한 임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두 나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특권과 면제를 제공받게 되는데, 이를 SOFA의 체결로 보장하게 된다. 현재 미국은 일본, 호주, 그리스 등 40여 개 국가와 SOFA를 맺고 있다.
문제는 양 국가 간에 체결된 한미SOFA가 미군의 특권과 지위를 보장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한국의 법률체계를 제한하게 되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인 피해자들이 이 같은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개정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SOFA 문제의 쟁점
한미SOFA는 미군범죄의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노무, 출입국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부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각 분야에 대한 문제점이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지만 우선 최근 사건과 함께 시급하게 요청되고 있는 형사(刑事, 형법의 적용을 받는 사건)상의 문제점에 대해 주로 살펴보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한국 수사기관의 초동수사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현행 한미SOFA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피의자를 한국 시설에 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군의 경우 통상 첫 피의자 조사까지 일주일에서 길게는 20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미군 피의자는 알리바이를 만들고, 증거를 은폐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반대로 한국 수사기관은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한미SOFA는 ‘살인죄와 죄질이 나쁜 성폭행’에 한해 구속수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현행범일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매년 수백 건의 범죄가 벌어지지만 현재까지 구속수사를 한 사례는 단 2건밖에 없었다.
재판과정에서 한국 검찰이 항소를 할 수 없도록 한 내용도 한미SOFA의 대표적인 불평등 조항이다. 3심제는 현대 법률체계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재판이 이루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지만 한미SOFA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미군 측의 항소는 인정하는데, 항소 시에는 1심보다 높지 않은 형량을 받도록 하고 있어 제도적 불평등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 미군들의 ‘공무 중’ 사건에 대해서는 한국 사법당국에 의한 재판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02년 당시 미군 탱크에 치여 두 명의 여중생들이 사망했음에도 공무 중이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재판조차 할 수 없었던 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또 2000년 용산의 미군기지에 근무하던 직원이 포름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을 하수구를 통해 무단방류했음에도 공무 중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로 고의성 짙은 환경범죄에 대해서 제대로 처벌을 할 수 없었다.
환경범죄는 한미SOFA에 선언적인 수준으로 언급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한국 측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한국 정부는 미군기지 내 환경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기지 내 조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지난 5월 경북 칠곡의 캠프캐럴이란 미군기지에서 과거 고엽제를 불법매립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이 있었지만, 기지 내부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여론의 눈치를 본 채 미군 측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참관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밖에 SOFA 대상자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의 한미SOFA는 미군과 미 군속(軍屬, 국군에 복무하는 특정직 공무원인 문관(文官)을 가리키며 ‘군무원’(軍務員)의 이전 용어)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과 초청계약자까지 SOFA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과도한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증가하는 미군범죄와 야간통행금지
최근 동두천에서는 지난 9월의 성폭행 사건뿐만 아니라 비슷한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야간에 집에 들어가 10살짜리 소년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고, 올해 2월에도 야간에 집에 침입해 70대 노부부를 둔기로 폭행하고 할머니를 성폭행하려 한 사건이 있었다. 동두천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후 사건 일주일 전에 서울 마포의 고시원에서 10대를 성폭행 한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었다.
미군의 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미군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당시 교통사고를 제외한 범죄가 183건 발생했지만, 2010년에는 377건으로 그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강력범죄가 급증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강도·강간·폭행 사건이 크게 늘었다.
주한미군 범죄의 급증과 흉포화의 이유로 자주 지목되는 것이 주한미군의 야간통행금지 해제이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7월 2일, 10여 년간 계속해왔던 주한미군의 야간통행금지를 전면 해제한 바 있다. 사실 야간통행금지는 한국인들의 안전과는 무관하게 시행된 정책이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외국에 주둔하는 미군들의 안전이 위험해지자 주한미군 역시 야간통행금지 정책을 시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정책이 오히려 한국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주었던 셈이다.
특히 미군들의 강력범죄는 토요일 새벽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평일에는 다음날 근무를 해야 되기 때문인데, 주말의 경우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미군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한다면 분명 미군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미군들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다. 야간통행금지를 재시행하는 것 역시 당장은 효과가 있을 테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한미SOFA를 개정해 미군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더 이상 한국 경찰에 체포되고서도 “나는 SOFA 대상자다. 어디 처벌할 테면 해봐라.”라고 소리 지르는 모습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제조항을 신설하는 등 실질적 개정작업 필요
최근 한국 정부는 증가하는 미군범죄를 고려해서 TF(task force,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위원회, 프로젝트 팀)를 구성해 이를 위한 개선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개선안은 한미SOFA의 개정과는 분명하게 다른 것이다. 어디까지나 절차상에서 서로 협조하겠다는 비강제적 조항으로 미군들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한국은 한미SOFA 상에서 규정된 미군 측의 ‘재판권 포기요청’에 따라 매년 70~80%의 재판을 그냥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 측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자신들의 재판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처럼 분명한 양국 간의 태도를 고려한다면 한미SOFA는 분명하게 강제적 조항을 가진 개정작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미SOFA는 1967년 체결된 이래 1991년과 2001년 두 차례 개정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미관계를 고려해서 한미SOFA를 개정하기 불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한미SOFA는 변화하는 양국의 관계를 고려해서 정기적으로 개정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개정하되, 한국 법률이 정하고, 한국 국민들이 이해하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말뿐인 평등보다는 한국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고려하는 실천적 자세로 한미SOFA를 개정해나가는 것이 보다 미래 지향적인 한미관계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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