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사설] 올 들어 유난히 봄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벌써 지난달 초 미세먼지 대책을 범부처가 마련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가까이 되도록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것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토질이나 수질도 그런 것처럼 대기 질 역시 조금씩 조금씩 원인이 가중되면서 악화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작년에도 몇 차례 미세먼지가 국민을 괴롭혔다. 그러나 올 들어 연속적으로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상공을 더럽히면서 심각한 차원으로 인식하게 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은 관련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고설켜 효과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근년 들어 악화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와 더불어 그 실태를 적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처음에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장 큰 것처럼 밝혔다가 중국측의 반발은 물론 학계에서 황사는 몰라도 미세먼지는 바람을 타고 오는 양이 적다고 설명하면서 주춤하는 자세를 보였다.
또한 경유차의 영향을 놓고도 부처에 따라 의견이 다를 뿐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질소산화물에 대해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딴소리를 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 파악이 안 되어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 심지어는 미세먼지 주의보 등을 발령하고 있는 기상청의 예보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일부에서는 일본의 자료를 참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각 부처는 결과적으로 미세먼지의 원인과 경로, 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은 없이 우선 경유 소비를 줄이기 위한 방책을 놓고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나섰고 기획재정부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결국은 국민 입장에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경유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동일하다.
이처럼 관련 부처가 딴 소리를 하고 있어도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역시 전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처이기주의에 따라 각각인 정책을 국가나 국민 차원에서 조정함으로써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그 고유 역할인데도 컨트롤 타워 역시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격이다.
더욱이 그동안 정부는 클린디젤이라면서 경유차가 마치 환경에 좋은 것처럼 호도하면서 세금까지 줄여주면서 경유 사용을 장려해온 점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 국토부 등은 바로 얼마 전까지도 경유버스를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많이 운행하도록 장려했다. 문제 해결은 우선 원인과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악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원점에 서서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