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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요리하는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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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반효희 | 등록일 | 16.04.02 | 조회수 | 901 |
식사 에티켓과 달리 부엌 일의 속성은 한결같다. 힘겹고 위험하다. 불과 칼이 난무하니 그럴밖에. ‘어떻게 먹느냐’란 관점에서 음식 문화사를 다룬 ‘포크를 생각한다’의 저자 비 윌슨은 “부엌 기술은 지금도 생사의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반론 제기는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에서만 매년 150만명이 취사용 불로 질식사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추정 자료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문이다. 인류는 그 힘겹고 위험한 공간을 왜 주로 여성에게 맡긴 것일까. 19세기 프랑스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고기 확보의 중요성을 전제로 남녀 분업론을 폈다. “사냥은 남성의 활동이었기에 요리하는 역할은 여성이 맡게 됐다”는 것이다. 구시대 미식가의 잠꼬대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현대 학계에도 분업론에 동조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니까. 요즘 ‘먹방’, ‘쿡방’ 바람과 함께 손맛으로 각광받는 한국 남성도 많아지고 있다. 전문 요리사나 사업가만이 아니다. 프로급 아마추어도 앞다퉈 얼굴을 내민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어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막을 올린 프랑스풍 음식축제 ‘소 프렌치 델리스 스트리트 푸드 페스티벌’을 이끈 4명의 메인 셰프는 모두 남성이다. 한국 외식업계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 아직도 유습에 갇힌 감이 짙은 한국 가정들은 어찌 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요리를 싫어하는 여성은 희망을 가질 만하다. 서울중앙지법이 ‘요리하는 남자’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요남자’란 프랜차이즈 업체를 상대로 낸 상표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일상 단어를 결합한 상표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공익에 반한다고 본 결과다.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이미 널린 게 요리하는 남자인데 어찌 배타적 권한을 넘길 수 있겠나. 그런데 변화의 추세가 지속·강화되면 어찌 되는지, 좀 찜찜한 구석도 있다. 앞으로 언젠가 ‘요리하는 여자’가 너무도 이색적 존재여서 사회 이목을 잡아끌고, 급기야 그 상표권이 법정 도마에 오르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인지…. 이승현 논설위원
일상 단어를 결합한 상표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식사 에티켓이 시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 처럼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상표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것이 공익에 반한다는 법원의 주장에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모호한 저작권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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