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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잡은 삼성-하이닉스, ‘위기극복 모델’ 주목한다

이름 선나은 등록일 16.03.31 조회수 910
삼성전자가 최근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에 SK하이닉스의 최신 D램등을 채택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경쟁자인 SK하이닉스의 제품을 자사 주력 모델에 채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두 회사의 제휴가 그들만의 협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은 위기에 처한 우리 기업들이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또 다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 특히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업체끼리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내부 금기처럼 여겨져 왔다. '선의의 경쟁자' 때로는 '앙숙'으로 표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시장에서 워낙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반대편의 제품이 우수해도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은연중에 상대편 흠집 내기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두 회사는 사업 영역이 겹치는 다양한 분야에서 소송과 화해를 반복해 왔다. 이는 밖에서는 지더라도 안방에서만큼은 선두라는 절대 자존심을 굽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협력 관계를 확대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제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면 경쟁사 제품이라고 해도 과감히 채택할 수 있다는 열린 정책, 자존심 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경영진의 판단 등이 낳은 결과다. 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든 만큼 담합이 아닌 상생 협력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업계는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해외 업체와 경쟁할 때 언제나 발목을 잡았던 것은 국내 경쟁사였다고 하소연해 왔다. 애써 시장을 개척해 놓으면 국내 경쟁사가 저가로 먹잇감을 낚아채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음에도 국내 경쟁사가 치고 들어와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보는 일도 많았다는 것이 만나본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지난해 8조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 3사의 사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세계 1~3위를 기록하고 있는 조선 3사는 세계 시장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펼쳤고, 그 상처가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와 지금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고 수주 경쟁에서만큼은 손해를 보더라도 밀릴 수 없다는 자존심 경쟁을 펼치면서 공멸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조선 산업뿐 아니라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 철강, 정유 등 우리 산업 곳곳에서 크던 작던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주력 산업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이 14개월 연속해서 감소한 것은 우리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법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사례가 전 산업에 걸쳐 확산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결코 담합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불필요한 경쟁은 자제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서는 기존 관행을 깨고 과감히 협력해야 한다. 삼성과 SK뿐만 아니라, 삼성과 LG,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이 가져올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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