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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이면

이름 반효희 등록일 16.03.31 조회수 842
“미군 2만5000명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 한국은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1년 한 말이다. 당시 한국은 미군 주둔비로 7억달러를 냈다. 그는 올해 초 NBC와 인터뷰에서 말을 살짝 바꾸었다. “미국이 실질적으로 받는 게 하나도 없다.” 이유는 공개적으로 당한 망신 때문이다.

미국 대학생 조셉 최는 2015년 10월 12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일절 내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트럼프에게 일격을 가했다. 허를 찔린 트럼프는 조셉의 말을 자르고 “한국 사람이냐”고 되물었다. 조셉은 텍사스에서 태어났고 콜로라도에서 자랐다며 “어디 출신인지와 상관없이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되받았다. 한국계인 그는 “한국은 해마다 8억6100만달러(약 1조원)를 내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두 사람의 공방은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졌고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찍혔다. 트럼프는 같은 해 8월 앨라배마주 버밍햄 지역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군대를 한국에 파병하는데 보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28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군사협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미군이 한국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 비용에 대해서 재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군하겠다며 수위를 높였다. 한국은 2014년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약 9200억원을 냈다. 해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4% 정도 인상한다. 우리가 부담하는 주둔비를 트럼프가 껌값(Peanuts)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성이 차지 않은 듯하다.

주한미군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는 1995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미국은 일본 수준으로 주한미군을 위한 직접 부담비를 올리라고 요구했다. 주둔군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분담비율은 한국이 42%, 일본이 50% 정도이다. 2016년부터 적용되는 일본의 주일미군 분담금은 연평균 1조8200억원이다. 한국의 두 배 정도이다.

트럼프는 America First(미국 제일)주의자를 자처한다. 유세 때는 ‘Make America Great Again(위대한 미국이여, 다시 한번)’이라고 적힌 모자를 쓴다. 팍스아메리카나에 필요한 돈을 긁어모으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저돌성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이끌게 되면 한국은 국방문제에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 국가로 보고 있다. 대외적으로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맞춰서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를 위한 새로운 무기체계도 필요하다. 당장 전략핵을 배치할 수 없다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차선책이다. 하지만 1조원에 달하는 배치비용은 누구 몫이 될까. 예비용 미사일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이 부지와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미국이 사드의 전개비용과 운영유지비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배치 비용은 주한미군이 부담하고 우리 측은 부지와 시설을 제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지난 22일 “원칙적으로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새로운 논리를 들고나올 것이 자명하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니 ‘돈버는 기계’인 한국이 비용을 대라고 주장할 것이다. 트럼프의 현재 발언을 미뤄봐서 사드를 제작하는 록히드마틴에 미국 정부가 돈을 내도록 서명하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 유세 발언은 미국이익 우선주의, 세계경찰 포기, 외교적 고립주의의 신호탄이다. 미국 내 열광적인 지지를 봐서 이러한 추세는 트럼프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이 집권해도 광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을 끌어안으려면 그의 공약 일부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에 이어 미국의 차기 지도자도 보수화 트렌드에 올라탈 것이다. 한·미관계가 예전과 많이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 정치에 바짝 주목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미국은 불평등한 SOFA개정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 큰 반발을 샀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불평등 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미국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않다고 말하는 건 크나큰 이기주의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해 우리나라의 권력 또한 정확히 표의를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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