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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는 지방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문제 대안 제시해야

이름 김지숙 등록일 15.11.12 조회수 748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방교육청 간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비를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나머지 3곳도 6~9개월치만 반영했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령상 의무”라며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미편성분에 대해서는 2017년도 교부금에서 삭감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였다. 양쪽이 서로의 입장만 내세운 채 실력행사에 나선 형국이다.

이런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 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비 부담을 놓고 올해 예산안 마련 때도 똑같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방채 발행과 일부 국고 지원으로 부족분을 채워 간신히 넘겼던 사안이 다시 표면화했을 뿐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미 수차례 결의를 통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 보육비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겼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정부라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누리과정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사업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저출산 대책과도 맞물린 국가 사무이고, 실제로 어린이집의 소관 부처도 보건복지지부다. 어린이집도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군색하다. 지도·감독권은 정부가 행사하면서 돈은 지방교육청이 대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100% 편성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예산까지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게 각 시·도교육감의 주장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녀를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에 보내려는 부모가 늘어나 유치원 입학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아이들이 빠져나가는 어린이집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해자는 어린이와 부모, 어린이집이 될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이런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 저출산 문제극복을 위해서도 보육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접근법이 바뀌지 않고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정부는 지방교육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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