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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은 총선만 보이고 국정은 안중에도 없나

이름 박시은 등록일 15.11.09 조회수 752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어제 국회 예결위에 출석했다. 정 장관의 답변은 16개월간 봉급을 줘온 시민의 분노를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8월 ‘총선 필승’ 발언 사과할 때 총선과 관련해 뭐라고 했나”(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총선 출마)에 대해 별생각 없다고 했다”(정 장관) “별생각이 지금은 생겼나”(김 의원) “그때 생각을 말한 것이고 지금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정 장관) “총선 나가면 ‘총선 필승’도 의도적 발언으로 해석될 거다”(김 의원) “그때 말했듯이 우발적인 일이다”(정 장관). 요컨대 ‘총선 필승’ 발언을 할 때만 해도 출마 의사가 없었지만 석 달 사이 마음이 바뀌었으니 믿어달라는 것이다. 선거사무 담당 부처의 장이자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인사가 대놓고 주권자를 기만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정 장관은 후보자 지명 때부터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의혹에 ‘황제 군복무’까지 드러난 자격 미달자였다. 취임 후에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를 해 선거중립 의무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인사를 기어코 장관직에 앉히고, 문제 발언을 해도 묵인해줬다. 그사이 국무위원의 신뢰와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비단 정 장관뿐이 아니다. 총선 출격 명령을 받았거나 대기 중인 장관이 내각 전체의 3분의 1에 이른다. 그나마 한꺼번에 교체하면 나으련만, 두세 차례로 나눠 ‘찔끔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사기업도 간부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인사란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그러나 국정의 안정성은 안중에도 없이 총선과 새누리당 장악만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정 장관의 사의 표명 이후 대구·경북(TK) 물갈이설이 급속히 확산된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전략공천을 통해 새누리당 내 친박근혜계 인사들을 대거 TK에 공천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평당원에 불과한 대통령이 공천 문제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정당민주주의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청와대가 ‘물갈이’ 운운하는 일 자체가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 대통령은 출마 희망 장관을 하루빨리 솎아내고 내각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그리고 공천에 개입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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