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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6년 만의 양안 정상회담과 막혀 있는 남북대화

이름 박시은 등록일 15.11.09 조회수 76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 분단 66년 만에 만났다. 중국과 대만 지도자가 국가원수이자 정부 대표 자격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두 정상은 “우리는 뼈가 부러져도 살로 이어진 동포 형제이며 물보다 진한 피를 지닌 가족”이라며 ‘하나의 중국’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서로의 가치와 삶의 방식은 존중돼야 한다”며 두 국가로 분리된 현실을 인정하고, 양측 간 핫라인을 구축해 우발적인 상황에 대비하기로 합의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회담을 이끌어가는 양측의 자세였다. 회담장에는 국기도 없었고, 두 정상은 공식 직책 대신 서로를 ‘선생’이라고 불렀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공동의 목표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서로 할 말은 다 했다.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 총통은 대만의 주권과 정체성을 강조하고, 대만의 외교적 고립 상태를 푸는 데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기싸움을 벌이다 힘을 빼는 남북 대화와 대비됐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의 역사적인 회동은 경제·인적 교류의 확대가 정치·군사 교류로 발전할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양안이 1992년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이후 24년간 우여곡절 속에서도 꾸준히 관계 발전을 모색해온 결과이다. 남북한은 양안보다 정상회담을 먼저 했지만 정치·군사 문제로 관계 개선의 발목이 잡혀 있다. 8·25 합의 때 약속한 당국회담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자 접촉을 제의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통일부가 최근 밝혔다. 북측은 대북전단 살포 등 남측의 접촉 제안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를 댔다.

회담은 일방의 노력으로 성사되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양안처럼 남북한도 다양한 교류를 통한 상호 신뢰 구축이 급선무다. 남측의 흡수통일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한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는 어렵다. 경제·문화 등의 교류를 정치 문제와 분리하는 개방적 접근이 긴요하다.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대만의 해기회와 중국의 해협회가 양안 간 교류를 활성화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남북한을 오가고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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