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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성과급 나눠먹기 근절, 엄포로는 안 된다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05 조회수 607
앞으로 성과상여금을 나눠먹는 지방공무원은 최고 파면의 중징계를 받는다고 한다. 행정자치부가 새로 제정하는 ‘지방공무원 징계에 관한 시행규칙’에 담긴 내용이다. 새 규정은 19일부터 적용된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성과급을 한꺼번에 거둬들인 뒤 균등 분배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뜻이다. 올해 성과급으로 책정된 지자체 예산은 8925억원에 이른다.

성과급은 일 잘하는 공무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차등 지급되는 수당이다. 1998년 중앙부처, 2003년 지방자치단체로 확대 시행됐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성과보상시스템은 시행 초기부터 변질되기 시작했다. 공무원 노조가 개입해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먹는 일이 많았다. 노조가 지자체로부터 인사평가표와 성과급 내역을 받아 세금을 정산해 주기까지 했다. 이런 식으로 성과급을 분배한 지자체는 전체의 60%에 이른다고 한다. 공무원 보수규정에도 어긋나는 명백한 불법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제재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제도의 정착은 정부 규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개선 방안이라면 올해 5월에도 이미 나왔다. 성과급을 나눠먹는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모두 환수하겠다고 했었다. 그간 13년째 파행 운영을 거듭한 것은 관련 법규가 미비한 탓이 아니다. 주무기관인 행자부와 지자체, 노조의 도덕적 해이와 무사안일이 빚은 합작품이다.

행자부는 올 봄까지만 해도 조직 전체가 짜고 성과급을 균등 분배하는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고 발뺌했다. 언론의 후속보도가 잇따르자 일부 지자체에 국한된 일로 치부하더니 지자체에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 도둑에게 도둑을 잡으라는 격이란 뒷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부의 감시감독이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자치단체장 역시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눈을 감는 비겁한 자세를 취했다. 수면 아래로 감춰졌던 빙산은 지난 3월 임우진 광주 서구청장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그 실상이 드러났다. 최소한의 감독책임마저 방기한 중앙 주무부처의 낯이 부끄럽지 않은가.

성과급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뿌리 뽑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오랫동안 축적된 적폐가 이번 정부 대책으로 한꺼번에 사라지기는 어렵다.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이전에 13년째 ‘행정 참사’를 방치한 주무부처의 솔직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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