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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야당 만나고도 국정화 비판론 귀 닫은 박 대통령

이름 최수민 등록일 15.10.26 조회수 10804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의 ‘5인 회동’이 어제 열렸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회동은 그러나 대통령과 야당 사이의 깊은 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특히 최대 현안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 어렵게 성사된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 실망스럽다.

회동 참석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 30분가량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달라”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민은 국정교과서를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생각하고, 획일적인 역사교육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정교과서는 헌법정신을 거스르고 역사윤리를 실추시킨다”며 국정화 철회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우리는 박 대통령에게 야당이 전하는 국민의 우려를 새겨듣기를 주문한 바 있다. 회동에서 곧바로 국정화를 철회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경청’의 자세를 보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특유의 유체이탈식 화법을 되풀이했다. 교육의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킨 이는 대통령 자신이다. 정착돼 가던 검정교과서 체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며 평지풍파를 일으켜놓고는 제3자인 양 안타까워하다니, 참으로 무책임하다. 어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52.7%로 찬성(41.7%)보다 11%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 전 조사에 견주면, 거의 모든 계층과 지역에서 반대 의견이 급증했다. 대통령은 이 같은 여론을 듣지도 보지도 않는 것인가.

회동 후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자리였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하지만 짐작할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야당 입장이나 국민 여론을 들으려 이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었다. 국정화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변함없음을 재천명하려 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하는 만큼 민심도 돌아선다는 점이다. 민심은 나 몰라라 한 채 손에 쥔 권력만 믿어선 곤란하다.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222043445&code=9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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