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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정성 없는 사법시험 존치 논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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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정혜빈 | 등록일 | 15.10.24 | 조회수 | 11564 |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뜨겁다. 로스쿨 출신과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 사이의 세대갈등, 로스쿨 교수들과 법학부 교수들 사이의 대립이 엿보이기도 한다. 논쟁의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논쟁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 논쟁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관점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로, 사법시험을 ‘희망의 사다리’로 비유하고 있다. ‘희망의 사다리’, ‘황금의 사다리’라는 비유 자체가 특권적 직업 영역을 인정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게 된 것은 바로 그런 특권을 폐지하자는 사법개혁의 차원에서 논의되었던 것이 아닌가? 정작 중요한 문제는 사법시험 존치론이 주장하는 그 ‘희망’이 누구의 것이냐는 것이다. 사법시험이 존치된다고 하여 국민의 사법 불신이 해소되고, 여전히 높은 사법서비스의 진입장벽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 게다가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쪽은 대부분 신규 변호사 배출을 현행보다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하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론의 ‘희망’은 적어도 국민의 희망은 아니다. 사법시험 존치가 ‘국민의 사법’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로스쿨에 대한 경쟁과 견제의 차원에서 찬성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사법시험 존치론은 그 근본에서는 신규 변호사 수를 제한하려는 통제장치의 일환으로, 사법개혁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기 어렵다.
로스쿨 쪽은 어떤가? 로스쿨 쪽에서는 사법시험 존치론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특례입학정원을 늘리고 장학금도 확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는가? 정작 로스쿨 7년의 결과는 등록금 총액에서 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하락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로스쿨 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장학금 지급률을 크게 삭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로스쿨 제도의 핵심은 법률가의 이력과 진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법률가 양성 교육의 ‘공익성’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이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판 음서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로스쿨이 이러한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은 여전히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보다는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을 선발하고 있다. 이러한 선발 방식은 ‘시험’이 아니라 ‘교육’에 의해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제도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로스쿨이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법연수원은 ‘문제의식’을 허용하지 않는 과정이었다. 그저 ‘판례’를 암기하여 이를 적용하는 기술적 과정만이 교육됨으로써, 그 결과 ‘판례’를 맹신하는 ‘체제의 옹호자’들을 양산하는 관료적 교육이었다. 로스쿨은 이런 관료적 교육의 폐해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 그러나 현재의 로스쿨 교육은 과거 사법연수원 교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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