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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교과서를 이념도구로 삼는 정권

이름 김서양 등록일 15.10.22 조회수 10726

[사설]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교과서를 이념도구로 삼는 정권


청와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지시한 것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청와대의 최종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정화 추진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얘기다. 청와대 발표는 국정화 방침을 밀어붙여온 사람이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었음을 시사한다. 국정화 시사 후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꼬리를 내렸던 여권의 기류가 최근 갑자기 국정화 쪽으로 선회한 것이 이해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현 검정교과서가 북한에 우호적이고 대한민국을 깎아내리는 서술이 많으며 좌편향 집필진이 많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현행 검정체제를 왜곡하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아무리 검정교과서라고 해도 출판사 마음대로 서술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정부가 제시한 교과서 집필기준과 편수 용어 등을 지켜야 하고, 집필이 끝나면 교육부의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게다가 교육부는 2013년 논란이 되는 부분을 고치도록 해 이미 현장에서는 바뀐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여권의 검정교과서 평가는 자가당착일 뿐이다. 백번 양보해 아직도 교과서에 이념편향적 내용이 들어 있다면 현행 검정체제를 통해 걸러내면 그만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다원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다양성은 역사교과서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이를 무시하고 하나의 역사만을 고집한다면 교과서를 보수정권의 이념도구로 삼으려는 목적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이유로 북한 등 비민주적, 비정상적 국가 외에 정상적인 국가 대부분이 검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국정화 강행 시 ‘유신 잠재세력’으로 규정하고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어제 밝혔다. 앞서 시민사회와 언론계, 학계 등 사회 전반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그럼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다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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