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중산층·서민 정책을 강조한 뒤 그 핵심의 하나로 주목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다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끝났다. 그제
당·정·청 협의에서 정두언 의원 등이 주장해온 ‘내신 개혁’을 중장기 과제로 미루고 학원 교습시간 규제 역시 법제화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5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학원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등의 저항에 부닥쳐 물러선 지 두 달
만에 같은 소동이 반복된 것이다. 호들갑 떤 결과치곤 너무나 초라하다 이제 주요 대책
가운데 남은 것이라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학과 사회 과목 수를 줄이고 미래형 교육과정 명목으로 교과목 수를 축소하기로 한 정도다. 공식
통계로만 연간 20조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지출하느라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로서는 우롱받은 느낌이 들 정도다. 중산층·서민이 무너진다며 무슨 획기적
대책이라도 내놓을 듯이 호들갑을 떤 결과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
정권 내부 정책 조율 시스템에 문제
있어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는 데는 교육정책을 둘러싼 정권 내부의 조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이 크다.
사교육 대책 논란을 처음 불러일으킨 곽 위원장은 제 영역 밖의 정책에 관해 충분한 검증이나 협의 없이 공표해 반발을 샀다. 정두언 의원의 경우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이긴 하지만, 자신의 안의 의미를 과대포장해 공표함으로써 혼란을 부추겼다. 교과부는
사교육비 문제에 손을 놓았는가? 더 큰 책임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 교과부에 있다. ‘사교육비 절반’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 공약이다. 그러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교육비는 늘고만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내놓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들 징계에는 손이 빨라도 국민 고통을 경감시키는 일에는 굼뜨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땜질식 처방은 더이상 안 된다 당·정·청 협의에선 사교육 대책의 주도권을
교과부에 주는 것으로 ‘교통정리’했다고 하니 이제라도 교과부는 심기일전해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책의 근간은 그동안
떠돌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사교육을 팽창시키는 근본 원인인 입시제도와 대학 서열화 그리고 학벌 구조를 혁파할 수 있는 방안이 돼야 한다. 그간
온갖 사교육 대책이 실패로 끝난 주된 이유가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변죽만 울린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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