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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교육, 학교서열화 심화시킬 ‘재벌 자사고’

이름 박지현 등록일 12.11.08 조회수 867
삼성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내년 충남 아산에, 포스코는 후년 인천 송도에 개교한다고 한다. 현대제철과 한국수력원자력도 뒤따른다고 한다.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중등교육까지 재벌·대기업에 아웃소싱하게 된 형편에 이른 셈이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이 형해화되고, 차별 혹은 격차 교육이 공공연해지리라는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자사고는 이 정부 교육정책의 대표 상품이다. 하지만 많은 자사고는 태어나자마자 불과 2~3년 만에 빈사상태에 빠졌다.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고, 이제 일부 학교는 다시 일반고로 전환한다. 졸속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재단전입금조차 납부하지 못하는 불량 학교재단들이 앞다퉈 일반 사립고를 자사고로 전환한 결과였다. 그나마 학생들이 선호한 자사고는 하나금융그룹이 버티고 있는 하나고 정도이니, 정부가 재벌, 대기업에 눈을 돌린 까닭을 알 만하다.

정부의 학교 다양화 정책은 학교 간 경쟁을 통해 더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됐다. 이에 따라 자사고, 기숙형 공·사립고 등이 탄생해 기존의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등과 치열한 경쟁을 했다. 그러나 더 좋은 교육은커녕 순전히 일류대에 더 많이 넣기 위한 경쟁만 벌였다. 그 사이 일반 고교는 이류, 삼류로 외면당했고, 이들 학교가 대부분 담당했던 공교육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고교 서열화가 심화되고, 사교육 등 가계 부담은 크게 늘었다.

기업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거액을 학교 재단에 출연하거나 기부해도 각종 면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세금으로 나갈 재원을 출연금으로 돌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총수는 설립자로서 지위와 특권을 인정받고,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며, 교육자로서 사회적 평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 학교는 극소수 선택된 이들에게만 귀족형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차별 교육을 일상화한다. 그 앞에서 교육 기회의 형평성 이념은 무력하다. 게다가 고교 서열화 경쟁을 부추겨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 재벌 대학이 등장하면서 교육의 질적 경쟁이 아니라 서열 경쟁만 치열해진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교육은 자유로운 개인, 참여하는 시민, 책임지는 국민을 기른다. 실패한 정책을 살리기 위해, 기업과 시장에 맹종하는 인간을 양성하도록 해선 안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도 이 정부의 경쟁 교육에 대해 전면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자사고는 해체 대상이다. 다음 정부의 계획까지 훼방 놓으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출처:한겨레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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