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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꽁꽁 숨겨봐. 애 낳나, 고양이랑 살지” -한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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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홍주은 | 등록일 | 17.03.26 | 조회수 | 672 |
교육부와 통계청이 ‘2016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한 14일, 독자 한 분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일곱살 아들을 키운다는 한 엄마의 전화였습니다. “사상 최고로 높다고요? 높긴 뭐가 높나요. 어떻게 이런 통계가 나오는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을 해야 하지 않나요?” 아들에게 한글 학습지, 방문 영어, 어린이 수영교실을 보내는데 저 비용을 훌쩍 넘긴다고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사회부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향입니다. 정부의 사교육비 발표 때문에 독자들의 혈압이 장난 아니게 오르셨다고 해서 긴급 호출됐습니다. 사실 교육부 발표는 차 떼고, 포 떼고 결국 알맹이를 다 뗀 채 ‘축소 정의된’ 사교육비 통계입니다. 솔직히 걸러 들으셔야 합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했다고 하지만, 사교육을 하나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한달 지출 0원’으로 계산해 평균을 낸 수치입니다. 평균액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전체 학생의 67.8%)만을 대상으로 평균 낼 경우 37만8000원으로 12만원이 더 많습니다. 게다가 정부 발표 수치엔 방과후학교 수강비나 이비에스 교재비, 어학연수비 같은 비용은 빠져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제 친구는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방과후학교 신청 안내를 할 때 ‘저렴한 학원’이라고 설명해준다. 학부모들이 따로 수강료를 내는데 어떻게 사교육비가 아니냐”며 답답해했습니다. 무엇보다 자녀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드는 비용만 측정한 ‘반쪽짜리’입니다.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선 “차라리 초등학교 들어가면 좀 낫다”는 말이 나돕니다. 일곱살까지는 각종 학원비가 줄줄이 나가다가 그나마 학교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 좀 낫다는 겁니다. 세살배기 아기를 집 근처 ‘문센’(문화센터)에 보낸다는 친구는 “두 과목 듣는 데 20만원”이라며 영유아 사교육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대학 진학 후 이어지는 ‘취업 사교육’은 또 어떤가요. 혹독한 대학 입시를 끝내도 취업에 대비해 갖은 ‘노오력’을 다해야 하는 20대들은 학원의 힘을 빌려 기본 스펙이라도 쌓아야 이력서 칸을 채울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계산한 수치마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하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지언정 정부 통계로 사교육의 현실을 가리진 못할 겁니다. “내가 이 나이 되도록 왜 학원에 다녀야 할까.” 20대 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입니다. 지긋지긋한 입시 경쟁을 뚫고 온 대학 캠퍼스는 취업이란 새로운 경쟁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대학 동기들은 강의가 끝나면 저마다 준비하는 시험에 맞춰 각자 학원으로 갔습니다. 토익 점수를 만들러 ‘해커○’나 ‘파고○’ 같은 영어학원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노량진 학원에, 로스쿨을 준비하러 리트(LEET) 인강을 들으러 갔습니다. 성인이 되면 끝날 줄 알았는데, 학원은 20대가 되어도 졸업할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땐 “대학에 잘 가야 성공한대” 같은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아 참고 견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학원밖에 갈 곳이 없을 땐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습니다. 부모님은 20대 후반이 되도록 취업이 안 되는 딸의 학원비를 댔습니다. 딸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던 8살 피아노 학원을 시작으로 딸이 겨우 취업에 성공한 29살 때까지, 부모님은 장장 21년간 그놈의 ‘학원비’를 댔습니다. 저출산이라고 합니다.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열 명 중 네 명이 65살 이상으로 채워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출생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사교육비’란 단어로는 설명조차 되지 않는 이 엄청난 ‘경쟁 비용’에 아이를 낳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남보다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불안한 일자리로 고통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의 사슬 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결국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정부가 아무리 월평균 사교육비가 25만원이라고 속여도, 29살까지 부모님께 학원비 부담을 지운 제가 현실을 모르고 애를 낳겠습니까? 고양이랑 살겠죠. 기사선정이유/나의 의견 지금은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질 때 과연 나는 경제적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이 기사를 선정했다. 고등학교에 와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진짜 공부라 생각하여 학원을 다니지는 않지만 6살 때 학습지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까지 수학, 영어, 피아노, 미술 등을 다녔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정말 자유로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대학을 가서도 입시 준비 때문에 스펙을 위해서 계속 학원을 다녀야 한다니..그렇다고 취업이 보장 받는 것도 아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야한다고 강요하는 현실이 정말 낙담스럽다. 최근에 스웨덴의 ‘라떼 파파’에 대해서 들었는데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회사와 사회의 제도도 잘 마련되어 있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아이를 걱정 없이 낳을 수 있게 사회적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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