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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꼬리자르기로 일관한 박대통령 ‘9분 담화’-사회일반

이름 박경아 등록일 16.11.04 조회수 661

요약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개인 일탈로 치부
연설문 수정·청와대 자료 유출 언급 없고
‘직접 모금 독려’ 사실과도 동떨어진 인식
거국내각 등 정부기능 회복 ‘어떻게’ 빠져
박지원 “세번째 사과할 단초 제공” 비판

 변명’과 ‘꼬리자르기’로 일관한 9분짜리 대국민담화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두번째 사과 역시 안이한 현실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민과 야당이 원한 ‘진솔한 사죄’와 ‘수습 방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여전히 최씨와 일부 측근 참모들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했다. 이 점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라는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 재단은 ‘국익’을 위한 ‘선의’에서 시작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과 일탈은 자신과 무관할 뿐더러 그런 사실에 대해 자신은 인지조차 못했다는 얘기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재벌기업 총수들을 만나 기금모금을 독려했다는 사실과도 동떨어진 설명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담화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서 추진한 일인데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댈 만큼 아프게 느꼈다”며 “최순실·안종범 사단이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가지고 돈을 거둬 한 일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한 일이라고는 아무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또다른 세번째 사과를 요구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

박 대통령은 최씨와의 관계가 철저하게 ‘사적인 영역’에 국한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할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하고 됐다”며 최씨의 역할이 ‘개인사’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국무회의 자료와 외교관련 보고서 등 국가기밀을 보고받고, 연설문까지 고쳤다는 의혹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국가 위기상황’을 이유로 ‘단합’과 ‘협조’를 호소하는 방식은 여전했다. “안보가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니 “국정 혼란과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이런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안보·경제위기와 지금의 국정공백을 초래한 당사자가 대통령 자신이라는 인식은 빠져있다. 박 대통령의 고질인 ‘남탓’과 ‘유체이탈 화법’을 다시 한번 시연한 것이다.

정부기능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국회와의 한마디 상의 없이 서둘러 지명한 것에 대해선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 입에서 나온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에 대한 설명도 전무했다. 유일하게 밝힌 것은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 원로와 종교지도자, 여야 대표와 자주 소통하겠다”는 것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전날 김병준 후보자가 “대통령도 공감했다”고 밝힌 ‘사회·경제분야 전담 책임총리’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선을 그은 모양새가 돼버렸다. 사실상 대통령 자신이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얘기다.

검찰수사와 관련해서도 “필요하면”이란 단서를 붙여 “저도 성실히 임할 것이며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 대목 역시 ‘적극적으로 수사를 받겠다’는 책임 있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선 “공정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가 염려해 모든 말씀을 못 드리는 것 뿐”이라며 미뤘다. 역시 국민의 기대수준과는 동떨어진 태도다. 박 대통령이 가장 힘주어 말한 대목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얘기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인지능력과 판단상태가 ‘비정상이 아님’을 애써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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