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학생들 ‘발칙한 저항’
왼쪽부터 신하진·이채림·김연재양. 사진 김미향 현소은 기자 “내가 직접 그 현대사 살았다. 네가 (그 시대에 대해) 뭘 아느냐.”
지난 3일 오후,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고시했다는 소식을 들은 고교생 신하진(16)양은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노란 손팻말에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한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네가 6·25를 겪어봤냐!” 60대쯤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다가와 다자꼬자 따지듯 물었다. 당황스러움에 잠시 멈칫했지만 신양은 이내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것으로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차분히 답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우리들 시위를) 반대하시는데 정작 저희가 배우는 교과서 한 번이라도 읽어보셨어요.” 신양의 ‘반격’에 두 사람은 더는 질문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고 있다. 논술·면접시험에 대비하며 토론 문화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논리를 들고 거리로 나와 ‘너희가 뭘 아느냐’,‘사주한 사람이 누구냐’며 자신들의 활동을 폄하하려는 기성세대에 대해 발칙한 저항에 나서고 있다.
신양과 함께 1인 시위에 나온 친구 3명은 모두 서울여고 학내 동아리 ‘한국사 학습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채림(16)양은 “내가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어 모임에 들었다”며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우면서 (불의에 맞서) 학생들이 먼저 나섰다는 걸 보고 놀랐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며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신양은 “우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취급하는데, 저희도 배운 것을 갖고 스스로 판단해서 여기에 나온 것”이라며 “딴 과목은 몰라도 우리 셋 다 한국사 만큼은 모두 100점”이라며 웃었다.
신양 등이 1인 시위를 한 이날, 서울 이화여고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소속 학생들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지난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뒤 ‘고등학생이 함께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를 스스로 꾸려 1년 동안 전국 53개 고교 1만6000여명으로부터 성금을 모아 소녀상 건립을 성사시킨 것이다. 최윤진 중앙대 교수(청소년학과) 교수는 “고교생을 비롯해 젊은 세대들이 역사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데 대해 기성세대들이 진지하게 귀기울여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하며 건강한 시민성을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겨레 김미향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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