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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업자 적발만 하고 불량차선은 그대로 방치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0.27 조회수 1734
지난 25일 찾은 서울 강남구의 옛 역삼세무서 사거리 쪽 도로는 페인트가 심하게 벗겨져 건널목과 차선 등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은 5개월 전 경찰 단속에서 불량 페인트로 도색한 사실이 확인된 곳인데도 여태 보수가 되지 않아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서울시가 불량 도료 사용 실태를 파악하거나 보수작업을 벌이지 않은 탓으로 시정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월 차선 도색 공사에 불량도료를 사용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유모(49)씨 등 137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공사 구간은 서울 송파구 복정역 사거리 부근 등 74건에 달했다.

불량도료를 사용해 경찰에 적발된 서울시 강남구 옛 역삼세무서 사거리 도로. 차선과 횡단보도 표시 등의 도색이 벗겨져 있다.

조사 결과 유씨 등은 원청업체와 브로커를 거치며 공사비가 줄어들게 되자 저질 도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시인성이 뛰어난 특수도료에 저렴한 일반도료를 섞거나 질이 안 좋은 도료에 빛을 반사하는 유리알만 섞어 시공했다. 이렇게 하면 야간이나 비가 올 때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감리업체의 현장 감리가 소홀한 틈을 노린 범행이었다.

경찰은 “원래 차선 도색에 사용해야 하는 특수도료와 불량도료의 가격은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났다”며 “서울시 교통운영과에 불량도료가 사용된 공사와 구간, 불량도료 비율 등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도색업자들이 현장감리가 소홀할 때만 불량도료를 사용해 정확히 어느 구간 몇 m에 칠해진 차선에 불량도료가 사용됐다고는 일일이 지적할 수 없지만 해당 공사 구간을 살펴보면 차선 상태가 부실한 부분이 눈에 띌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기목 대진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상식적으로 차선이 벗겨져 잘 보이지 않으면 특히 비 오는 날 위험할 수 있어 시인성이 높은 도료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차선 실태 조사에 나서거나 보강 계획을 마련하는 데 미온적이다. 교통운영과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공해 버렸기 때문에 적발된 업체에 대해 부당이익 환수나 면허 취소 등의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면서도 “차선 도색을 새로 하거나 부실 차선 조사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또 “애초 경찰에서 ‘어디 부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다 조사하느냐”고 반문한 뒤 “경찰이 수사한 부분이어서 자체적으로 불량 차선에 대해 감사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경찰의 손발이 안 맞고 심지어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애꿎은 운전자들만 사고 위험을 안고 주행을 하는 셈이다. 시민단체인 녹색교통의 한 관계자는 “차선 불량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여서 서둘러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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