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더러운 얼룩고양이였다. 골목 밖 쓰레기통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가 허리께를 쥐어 드니, 곡 고만한 솜뭉텅이를 드는 것 같이 가뿐했다. 니야아아 하고, 무슨 먼 데서 들려 오는 것 같은 소리로 울었다. 할딱이는 맥박만이 아이의 손을 통애 똑똑히 만져졌다. 아이는 이 고양이를 그냥 그 자리에 내려놓지 못했다. 기르리라 마음 먹는다. 몸을 씻어 주었다. 아무리 씻어도 원래는 휘었을 코빼기, 목덜미, 가슴패기, 그리고 네 다리가 그냥 거무칙칙한 잿빛대로다. 도무지 그 밖의 까만 털과 또렷한 구별이 서지 않는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오다 이걸 보고, "얘야, 뭘 그까짓 걸 기른다구 야단이냐? 사람 먹을 양식두 아쉬운 판에... 심승 하나가 사람 한입 당한다." 그러나 아이는 크게 도리질을 하며, "아냐 나하고 같이 먹고, 나하고 같이 잘 테야." 어느 새 새 고양이는 끼니 때마다 아이의 곁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 밤에 잠자리에서, 아이는 곧잘 잠결에 이 고양이의 몸을 어루만진다. 앞집 아이가 밥을 내다 준다. 고깃국물에 만 밥이다. 고깃점도 들어 있다. 썩 잘 먹어 댄다. 아마 아이 자기가 이 집에 놀러와서 얻어먹는 과자나 떡 같은 게 맛이 있듯이 그렇게 맛이 댕기는 모양이다. 고양이가 제법 고양이가 이젠 제법 깔끔해 줬다. 턱의 희 부분과 검은 부분이 또렷이 제 빛깔로 돌아갔다. 윤까지 흘렀다. 한 번은 앞집 아이네 집에 가 놀고 있는데, 건넌방 미닫이가 열리며 거기 얼마 전부터 앓아 누워 있다는 앞집 아이의 할아버지가 부어 희멀건 얼굴만을 내밀고, "얘, 그 고양이 우리 다우, 우리가 기를께." 한다. 아이는 이렇다 저렇다는 말도 없이, 그냥 고양이를 품에 안고는 그 집을 뛰쳐나온다. 속으로는 안 된다는 말을 수 없이 되풀이하며.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 아이네 집에 놀러 오지 않으리라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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