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7반

우리 손으로 다 같이 만들어가는 5학년 7반.

  • 선생님 : 박소정
  • 학생수 : 남 11명 / 여 15명

4월 1~2주의 5학년 7반

이름 박소정 등록일 21.04.13 조회수 18

아이들을 얼마 못 본 것 같은데 왜 벌써 3주차인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달력을 봤다가 깜짝 놀란 거 있죠.

아무래도 오후등교였던 날들이 전면원격으로 바뀌면서 더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4월 1일 목요일>

만우절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이런 이벤트를 즐길 생각이 없었는데, 오전에 동학년 다른 반 선생님께 보기 좋게 속아넘어갔더니 아이들과도 이야기하고 싶어지더라고요.ㅎㅎ 그래서 아이들이 오후등교를 하기 전에 시간표를 슬쩍 7교시로 바꿔놓았더니,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깜짝 놀라면서 "선생님 오늘 7교시 해요???" 라고 몇 번을 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게 거짓말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릴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 커녕 너무 심각하게 잘 믿으면서 자기들이 7교시까지 남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피력하더라고요.ㅠㅠ 덕분에 언제 거짓말이라고 밝히지... 라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먼저 "에이, 선생님, 만우절이죠?" 라며 눈치를 채주는 아이가 있어서, 얼른 "맞아, 만우절 거짓말이야!" 라고 긍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시간표를 조작하기 시작합니다. 6~7교시를 전부 체육으로 만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교실에 들어오기도 전인 친구들에게 달려가서 "야, 오늘 7교시래!!" 라고 신나게 거짓말을 퍼뜨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도 방과후 때까지 아이들의 온갖 거짓말들을 들었네요.ㅎㅎ 가장 많이 들은 거짓말은 "선생님, 저 내일부터 여행 가요!" "선생님, 저 내일 학교 못 나와요." 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깜짝 놀라서 "정말?? 왜???" 라고 되물었었는데, 나중에는 "그렇구나~ 어디로 갈 건데요?" 라며 웃으며 넘기기도 했습니다. 즐거운 하루였네요.

 

<4월 2일 금요일>

미술-미술-체육이라는, 아이들도 공인하는 '꿀'시간표였습니다. 미술 시간에는 종이컵을 중심 재료로 잡고 다양한 재료들을 덧붙여 자신이 원하는 동물이나 사물, 캐릭터를 만드는 활동을 했습니다. 분명 미술 전날에는 항상 알림장을 쓰면서 "내일 미술에는 이런 걸 할 거야~" 라고 짧게 알려주는데, 막상 미술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항상 뭘 만들지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5학년이다 보니, 미술을 하면 항상 "선생님, 저 망했어요.ㅠㅠ" 라며 다시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몇몇 생겨납니다.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은 좋아졌는데, 손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아 생기는, 고학년의 일반적인 특성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하게 해주면 미술 시간 안에 다 만들지 못하게 되니까요. "망하는 건 없어. 정답은 없으니까 네 마음대로 하세요." 이런 식으로 매번 말해주기는 하는데, 아이들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이런 건 시간 하나 잡고 깊이 있게 이야기해봐야 그나마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나지를 않네요.ㅠㅠ 

 

*

 

<4월 5일 월요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승으로 인해 학교에서도 부랴부랴 시간표를 고치느라 바빴던 시기입니다. 저도 월요일 당일까지도 시간표를 계속 고쳤네요.

2교시 학급회의를 통해 교실에 새로운 시스템이 더 생겨났습니다. 저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직접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을 고쳐주기를 바라는 편이라, (많이 이상적이기는 하지요.) 학기 초에는 조금 엉망이 되더라도 패널티를 크게 주지 않았거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면서 내놓는 해결책이 반성문이었습니다. 외부적인 패널티는 내부적인 성찰을 이끌어내기 힘들어서 이걸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이 직접 이거라도 하자며 내놓은 걸 거절하기에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교실'을 원하는 제 가치관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여 결국에는 그러자고 했습니다. 조금 더 회의를 하여 서로 기분이 나쁘면 반성문을 쓰고, 학부모님께 사인까지 받아오자~ 까지 아이들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종종 학부모님들께도 아이들이 쓴 반성문이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반 전체를 대상으로 한 칭찬 스티커 판이 생겨났습니다. 이건 자신의 교실 역할을 착실히 하는 친구들을 도와주거나, 우리 반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었을 때 받는 스티커입니다. 역시 아이들이 하자고 제시한 것들 중에서 투표를 받아 결정된 것입니다. 채우는 속도가 어떻게 될지는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4월 6일 화요일>

오전 하루종일 전담 선생님, 양호 선생님, 사서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교육들을 받았던 날입니다. 제 수업은 5~6교시 밖에 없었어서, 아이들도 저도 얼떨떨했네요. "선생님 오늘 오후에만 봐요??"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슬슬 제게 익숙해지는 아이들은 낯선 선생님들과 함께 할 때 더 좋은 태도를 보여서요.ㅠㅠ 오늘 하루는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평소보다 좋았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만들려던 칭찬 스티커 판을 부실하게나마 부랴부랴 만들어, 얼른 스티커 하나를 붙여줬습니다. 이렇게 바로 활용할 날이 생겨 다행이었습니다.

 

<4월 7일 수요일>

내일부터 화상수업이 시작되기에, 1교시 수학이었던 것을 미루고 아이들과 화상수업에 들어오는 연습을 했습니다. e학습터 접속을 위해 교실 와이파이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더니, 그것만으로도 신나는 모양입니다. 사실 수업 중에 e학습터가 아니라 다른 어플이나 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모습은 현재까지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 2교시 음악에서는 '칼림바'라는 악기로 주요 3화음을 직접 연주해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본래 교과서에서는 리코더로 하는 활동인데요, 교실에서 다 같이 관악기를 연주할 수는 없으니까 칼림바로 대신했습니다. 저도 칼림바는 처음 만져봐서, 전날 방과후에 급하게 연습을 했습니다. 악기 개개별의 소리는 맑고 청량해서 정말 좋았기에 저도 즐겁게 했는데, 문제는 조율이 안 된 악기들이 많아서 교실 전체가 같이 연주했더니 주요3화음은 커녕 불협화음들이~~~ㅠㅠ. 교실 안에 있는 피아노로 보충을 하기는 했지만, 모처럼 칼림바를 빌려왔는데 그걸로 끝까지 하지 못한 건 아쉽네요.

 

<4월 8일 목요일 (원격)>

대망의 전면원격일. 화상수업방을 열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반 아이들이 잘 들어올 수 있을까 했는데, 고맙게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제시간에 들어와줬습니다. 첫 화상수업이라 일부러 수업들은 가벼운 차시들로만 준비를 했습니다. 수업보다는 화상수업 적응에 초점을 두고요. 저도 화상수업을 직접 해보는 게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조용한 교실 속에서 혼자 이야기하는 기분은 어색했지만요.ㅠㅠ

 

<4월 9일 금요일 (원격)>

즐거웠던 어제의 화상수업에 비해, 오늘 화상수업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1교시 수업 중 채팅으로 대답을 해보라고 했던 게 화근이었는지, 아이들이 채팅을 많이 올리다보니까 e학습터가 렉이 걸려서 학생들이 다수 튕기고, 결국에는 저도 튕겨버렸네요.ㅠㅠ 나중에 동학년 다른 반 선생님들께도 여쭤보니까, 이 날은 유독 튕긴 반이 많았습니다. e학습터 자체 서버에도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결국 1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수업을 종료시키고 다시 시작하여 아이들에게 재접속을 부탁했습니다. 재접속 이후에는 다행히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그렇지만 튕기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수업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버렸네요. 다음부터는 채팅으로 대답하는 건 삼가야겠습니다.

금요일 6교시는 항상 재미있는 걸로 준비하려고 신경을 씁니다. 마지막 교시니 좋은 기억을 갖고 갔으면 해서요. 그래서 오늘 금요일 6교시 수학에서는 3단원 규칙과 대응 도입활동 겸으로, 수학 문제 방탈출을 짧게 했습니다. 여러 계산식의 나열에서 규칙을 찾아, 문제에 적용하여 정답을 맞히면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있는, 그리하여 총 3문제를 맞히면 집중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칭찬 스티커 1장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들의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 저는 3문제도 다 맞힐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5분 더 일찍 끝내더라고요. 힌트로 난이도 조절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놀라서 "너희들 선생님 생각보다 더 잘한다." 라고 몇 번을 감탄했습니다. 아이들도 재미있었다고 해주니 그게 가장 뿌듯했네요. 다들 기분 좋게 5분 일찍 종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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