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7반

우리 손으로 다 같이 만들어가는 5학년 7반.

  • 선생님 : 박소정
  • 학생수 : 남 11명 / 여 15명

3월 후반기의 5학년 7반

이름 박소정 등록일 21.04.01 조회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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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을 정리하면서 써야 할까, 이번주까지는 지난 다음에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오늘 상담 일정이 널널한 김에 밀린 글을 써보기로 합니다.

그동안 바쁘다보니 제 개인적인 교사일지도 밀려버렸어요. 요 며칠간의 종이가 새하얗습니다.ㅠㅠ

그래도 적게나마 남아있는 메모들의 힘을 빌려 기억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3월 19일 금요일>

 아이들이 싫어하는 과목으로 제일 많이 뽑는 것 중 하나가 사회입니다. 고학년이 되다보니 외울 것도 많아지고, 지금 나아가는 단원이 한국지리라서 관심사가 맞지 않는 친구들은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딴짓을 하기도 하네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지가 막히지만 않았다면 그걸로 동기유발을 조금 더 해볼 텐데, 지금은 상상이나 영상으로 밖에 다른 지역을 보여주지 못해 효과가 덜한 것 같습니다. 아쉬워요.

 담임체육이 2주에 한 번씩 있습니다. 사실 1주에 한 번씩이지만 저희가 그 중 하나는 꼭 원격으로 넣어야 해서요. 일부러 금요일 6교시에 담임체육을 넣고, '가가볼'이라는 스포츠를 했습니다. 체육 전담 선생님이 아니라 담임 선생님이랑 하는 거라 아이들이 실망할까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신나게 소리도 지르며 놀았습니다. 확실히 이론 교과가 아니라 체육 교과에서 유독 활동적이게 되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네요. 어찌나 열정적이었는지, 수업이 끝났는데도 "선생님, 더 하면 안 돼요?" "아, 한 번만 더 할게요." 라며 조르길래 가기 전에 책상 정리를 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방과후에도 몇 명이 남아 스포츠를 이어했습니다. 금요일 6교시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네요. 다음 체육도 이렇게 좋아해주면 해요.

 

*

 

<3월 2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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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 시간에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5학년 도덕 1단원은 정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덕 첫 시간에 '나는 길에서 돈을 발견하면 주워서 가질 것이다. vs 주인을 찾아줄 것이다.'로 투표를 했고, 이번에 수업 마무리 겸으로 재투표를 했습니다. 수업 중에는 "선생님 저거 다 착한 척이에요"니 뭐니 외치며 제게 정직이란 뭘까, 하는 고민거리를 안겨주었기에 저는 단 2~3명만이라도 정직한 쪽으로 다시 의견을 바꿔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예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의견을 바꿔주었기에 저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게 며칠이나 갈지는 모르겠지만ㅎㅎ 너무 감사한 일이었어요.

 국어 시간은 '친구의 고민을 듣고 해결 방법을 조언해요' 라는 학습문제를 가지고 '종이카톡'이라는 활동을 했습니다. 저희 반은 원격수업 아침조회 시간에 학생들의 마이크와 캠을 끄고 채팅으로 대화를 하거든요. (평소에는 말이 없는 아이들도 채팅에서는 말을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카톡을 흉내낸 활동을 하면 잘하겠다 싶었습니다. 활동지에 카톡 화면처럼 그려놓고 나의 고민을 말풍선에 담아 '카톡'하면, 다른 친구들이 그 밑으로 조언을 담아 다시 '카톡'을 돌려주는 활동입니다. 이런 건 꼭 참여도가 높아요. 싫어하는 활동에 '움직이는 게 귀찮다.' 라고 쓰는 아이도 있지만, 아직은 돌아다니는 활동을 훨씬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나 봅니다.

 

<3월 23일 화요일>

 이 날의 메모에 유난히 말줄임표가 많네요.ㅠㅠ 제 수업자료가 들어있는 USB가 갑자기 컴퓨터에서 인식이 되지 않아 머리를 붙잡았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 USB가 읽히지 않아요... 라고 솔직하게 말하니까 신나하던 몇 명의 이름을 기억해놓았습니다. 단원 정리 겸 게임을 할 예정이었던 수학을 먼저 오전으로 끌고 와서 급하게 자료를 다시 만들어 했는데, 엄청 재미있었다네요. 다행이기는 한데 제 들이는 노력과 아이들이 느끼는 재미가 반비례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갑니다.

 다행히 전담 시간이 2시간 들어있었기에, 그때 수업자료들을 다시 만들어냈습니다. 그래도 머릿속에 오늘 수업 내용은 들어있었기에 다행이었습니다. 한 번 더 준비하니까 저도 반복이 되었는지 수업이 약간 더 수월한 기분이 들기는 했네요.

 

 

<3월 2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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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시간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약수와 배수에 처음 들어가는 날이었는데, 아이들이 어려워할까봐 동기유발 되라고 첫 시작은 게임을 몇 개 준비했거든요. 평소에는 잘하면서 이번에는 아이들끼리 제가 개입해야할만한 갈등 상황이 두 번이나 발생한 거 있죠. 결국 준비했던 게임은 반절 정도 밖에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칭찬도 잘 못하길래 미루고 미루었던 그 차시,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까지 다가왔습니다. 전 날 알림장에도 칭찬 생각해오라고 적고, 아침에 칠판에도 친구 칭찬 생각하라고 적고... 말풍선 모양 활동지에 친구의 이름과 칭찬하는 이유를 적어, 칠판 옆 학급규칙 부근에 붙이는 활동을 했습니다. 학급규칙 부근이 원래 칭찬하는 코너였거든요. 저 밖에 칭찬을 안 했지만요.ㅠㅠ 그래도 지금은 아이들이 한 번씩 칭찬을 적어 붙여서 알록달록해졌습니다.

 

<3월 25일 목요일>

 원래 국어 1단원 단원평가를 보려 했던 날이었습니다. 전날 아이들이 알림장을 쓸 시각이 없어서 e알리미로 보라고 했거든요. 알림장에 단원평가 일정을 써놨고요. 그런데 막상 확인해보니까 e알리미를 깜빡하고 안 본 아이들이 여러 명...ㅠㅠ 그래서 단원평가는 내일로 미루고 이번 시간에는 단원정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교과서 재구성을 많이 하다보니, 수업을 나갔는데도 교과서 내 채우지 않은 부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론 부분이 부족할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걱정을 해치웠습니다.

 

<3월 2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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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 1단원 단원평가를 드디어 봤습니다.ㅠㅠ 몇몇 아이들이 시험지에서 모르는 단어를 질문했습니다. '처지'가 뭐예요? '소홀'이 뭐예요? '정기적으로'가 뭐예요? 교실에 국어사전을 놓아두고 싶네요. 직접 찾아보는 경험도 재미있을 텐데 말입니다. 나중에 온책읽기를 하게 될 때 낱말사전은 꼭 만들어야겠습니다.

 미술 시간에는 도안을 고르고 다양한 재료들로 그 위를 채우거나 꾸미는 활동을 했습니다. 저번 미술 시간에 아이들 활동이 꽤 오래 걸려서, 이번에는 통 크게 2시간 내내 실기 활동을 잡았더니, 아이들이 "선생님 그런데 한 교시만에 다 끝내면 어떡해요?" 라고 묻습니다. 저는 "너희들 그 안에 못 끝낼걸?"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한테 "애들아, 이제 그만 정리하세요.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가야 해." 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네?! 벌써요???" 라고 놀랍니다.ㅎㅎ 귀여웠습니다. "거봐, 내가 뭐랬어." 하고 웃으며 조금 의기양양하게 점심 줄을 세우러 갑니다. (사진은 미술 시간 중간에 찍은 거라, 모든 아이들의 작품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

 

<3월 29일 월요일>

 4월이 되면서부터 바뀌는 교실에 대해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설렁설렁하던 아침활동도 이제는 무엇을 할지 정확히 정할 거고, 본래 1~2교시와 3~4교시 사이에 없었지만 편의상으로 주고 있던 쉬는시간도 줄일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시간표대로 아예 쉬는 시간이 없는 건 아이들이 집중하기 너무 힘들어해서 아직은 못할 것 같습니다.

 4월 1일부터 우리 반은 이제 아침활동으로 '두 줄 쓰기'를 할 겁니다. 어떤 생각이든지 '두 줄'만 생각을 쓰면 되는 활동입니다. 5학년이 하기에는 너무 쉬울까, 너무 빨리 끝날까 걱정은 됩니다. 그렇지만 이 활동의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선생님과의 교류입니다. 1학기 동안은 이것으로 밀어보려 합니다.

 또한 교실 뒤에 책들 몇 권이 꽂혀있던 낮은 책꽂이를 '제출장'으로 바꾸었습니다. ㄴ자 철제 책갈피를 사와서 그걸로 아이들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네오다다에서는 팔지 않더라고요.ㅠㅠ 꿩 대신 닭으로 A5 사이즈의 작은 파일을 아이들 수만큼 사왔습니다. 파일의 등에는 아이들의 번호를 써넣고요. 그 사이에 온책읽기용 책, 배움공책, 활동지 파일, 두 줄 쓰기용 노트, 수학익힘 등을 끼워넣을 예정입니다.

 

<3월 30일 화요일>

 오늘부터 보건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저한테 "선생님, 보건은 언제 해요?" 라고 몇 번을 물었는지 모릅니다. 보건은 보건실에 계시는 양호 선생님들 중 한 분이 직접 교실로 올라오셔서 수업을 해주십니다. 아이들에게 뭘 배웠냐고 물어보니까, 성적 발달이나 사춘기 같은 대답이 나옵니다. 딱 5학년에게 필요한 내용들이네요.

 오늘 사회 시간에는 우리나라의 행정구역과 그 위치에 대해 배웠습니다. 동기유발 겸으로 학교나 집, 자주 가는 상점 등의 주소를 찾아 마인드맵으로 구조화를 해보았더니, 아이들이 제 집 주소에 관심을 가집니다. 사회 전 쉬는 시간에 제가 사는 곳에 대한 화제가 나왔었거든요. 어쩌다가 나온 화제인지 지금은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요. 선생님 집 주소는 알아서 뭐하려고~! "선생님은 몰라요~" "몰라요~" 라고 일관적으로 대답하니까 더 호기심이 생기는 모양입니다.ㅠㅠ 카카오맵 사이트에서 각종 도청 소재지를 직접 찾아보기도 하고, 퍼즐 맞추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퍼즐 맞추기는 말이 퍼즐이지, 각 도 조각들을 백지도 위에 선으로 잇기만 하면 되는데 "선생님, 어려워요~"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도 조각들이 아이들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걸까요. 이만하면 우리 반이 뭘 쉬워하고 뭘 어려워 하는지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다시 열심히 관찰해야지요. 또한 이번 수업에 재미있었다고 말해주는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아직 많은 아이들이 사회를 지루해 하지만, 그래도 매번 칠판에 백지도를 그려가며 열심히 준비하는 보람이 있네요. 이런 작은 말들로 힘을 얻습니다.ㅎㅎ

 

<3월 3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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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과 부회장이 선출된 이후로 첫 학급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첫 학급회의는 진행 멘트만 적힌 짧은 대본을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주었습니다. 의견도 활발하게 냈고, 이유를 덧붙여 말하라고 대본에 적어두니까 정말 자기들만의 이유를 붙여 말합니다. 서로 "그런데 그러면 ~~하지 않을까요?" "아니야, ~~게 하면 되잖아." 라며 비판과 반박을 하기도 합니다. 서로 존댓말을 쓰라는 규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ㅎㅎ 그래도 정해놓았던 회의 시간을 초과했을 정도로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자리도 바꿨고요. 분명 랜덤으로 돌렸는데 어째서인지 같은 성별들끼리 자리가 조금 모여서 걱정이 됩니다. 이제 하루 지났는데도 벌써 수업보다는 옆 자리 친구를 더 신경 쓰는 기색이 보여요. 4월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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