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4반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

자영업을 하는 김형진씨(43)는 지난 6월 국세청 ‘홈택스’를 이용해 종합소득세 납부 신고를 했다. 직접 해서 부과 받은 세금은 370만원. 김씨는 혹시나 싶어 세무사를 찾아갔다. 세무사가 대리해서 산출한 세액은 250만원. 무려 120만원이나 세금 차이가 났다. 세무사는 “의뢰자가 직접 세금신고를 했을 때는 경비로 인식되는 항목 몇 개를 빠뜨려 공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세법이 복잡해 일반인들이 공제항목을 일일이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벤자민 프랭클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세금’과 ‘죽음’”이라고 말했다. 세금은 언제나 일상을 따라다닌다. 세금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각종 복지제도와 촘촘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육비 지원이나 생계지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은 소득세를 근거로 지원되거나 부과된다. 소득세는 직장인이라면 별문제가 없다. 회사가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월급을 받으면 알아서 각종 세금이 나가고 이듬해 2월이면 연말정산도 손쉽게 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을 때다. 자영업자가 되면 모든 세금처리를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 우리나라 세정은 납세자가 자진 신고하는 체제다. 세무서를 찾아가든 국세청 홈택스를 이용하든 자진납세 해야 한다. 자칫 신고를 빠뜨리면 신고의무를 위반했다며 과태료를 물게 된다. 부가세도 신고해야 한다. 살다보면 집과 토지를 사고 팔때가 생기는데 이때 양도소득세가 발생한다. 상속과 증여 때도 세금이 발생한다. 납세자가 웬만큼 세정지식을 갖고 있지 않고서는 세금신고를 스스로 하기 힘들다. 심지어 세무대학 교수들도 스스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세금신고다. 이런 세금 신고를 도와주고 수익을 얻는 사람이 세무사다.

세무사는 납세자의 위임을 받아 세무서에 각종 세금신고를 대신해 주거나 자문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회계장부를 대신 작성하기도 한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한 납세절차를 조언한다. 부당하게 많은 세금을 고지 받을 경우 국세청을 상대로 심사청구를 해야 하는데 이때도 세무사가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다. 또 국세청에서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나올 때 세무사는 납세자를 대신해 조사를 받고 의견과 진술을 대신할 수 있다. 공시지가가 주변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나왔을 경우 세무사가 이의를 제기해 수정하기도 한다. 요즘은 세무사도 단순 세금신고에서 벗어나 세금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통상 세무사가 가장 바쁠 때는 3월 법인세 신고와 5월 개인소득세 신고 때다. 갈수록 세법이 복잡해지고 경제규모도 커지면서 세무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는 세금을 다루는 직업이니 수에 밝고 차분한 성격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생각이다. 세무법인 일신의 박종명 세무사(40)는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활동적인 사람에게 세무사를 권한다”며 “세무사는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경륜 있고 사회성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10년차 세무사인 박 세무사는 부동산 관련 세금 전문가다. 전국공인중개사협회 자문위원을 하면서 양도세나 상속·증여세 쪽을 들여다 볼 기회가 많았고, 이게 자신의 경력으로 이어졌다.

박 세무사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친척 중에 회계사와 세무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세무사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업종을 자신도 모르게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박 세무사는 “사람 만나서 멘토 역할 하기를 좋아하는데, 막상 세무사가 되고 보니 그런 역할을 하는 직업이더라”며 “나로 하여금 어떤 사람이 사업상의 길을 찾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볼 때 세무사와 회계사는 비슷한 직업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 박 세무사의 생각이다. 회계사는 통상 대형 회계법인에 속해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큰 기업을 상대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제한적이다. 반면 세무사는 소규모 사업자를 만나 고객으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활동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세무사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고객군을 만들 수도 있고, 특정분야에 전문성을 갖출 수도 있다. 회계사에 비해 세무사는 훨씬 ‘자영업자’ 성격이 강하다.

세무법인 일신의 박종명 세무사(40)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박종명 세무사 제공>

박 세무사는 “서른 살에 세무사가 돼 50대 의뢰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처음에는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친분을 쌓기 위해 술자리를 많이 가졌다가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다”며 “어느 날부터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내 스타일대로 30대 젊은 모습으로 50~60대 의뢰인들을 대하면서 되레 신뢰를 쌓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700여명의 세무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세무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세무사는 세금신고는 기본이고 의뢰인에 대한 에이전시 역할까지 해줘야할 때가 많다. 제조업체의 경우라면 어떤 연구를 하면 세액공제가 되는지, 정책자금은 어떤 것이 있는지, 회사를 분할하거나 신규법인을 만들 때는 어떤 구성원으로 하는 것이 유리한 지 등의 정보를 조언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추후 해당업체의 상속이나 증여, 재산이전 등에 대한 세무상담도 필수다. 기업 의뢰인들은 세무사의 이런 조언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간다. 박 세무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까지 쏟아지면서 세무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세무사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무사는 굳이 경제학이나 회계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철학과나 역사학과 혹은 공대출신이 유리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의뢰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지식과 식견이 필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중소 제조업체는 업체 대표가 공대출신일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공대 출신 세무사가 접근하기가 편하다. 여성은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은데다 공공조직과 민간기업에 여성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남성에 비해 유리한 점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박 세무사는 “일단 세무사가 되고나면 다양한 인생경험과 다른 전공을 한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며 “수차례 떨어져 어렵게 세무사가 된 사람들이 1~2년 만에 세무사가 된 사람들보다 성과가 좋은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세무사 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세무사자격시험 사이트를 통해 공고된다. 2015년도 제52회 세무사 자격시험 최소합격 인원은 630명이다.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 재정학, 세법학, 회계학 등을 주로 본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각 과목의 점수가 40점 이상이고, 전 과목 평균점수가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1차 시험에 합격한 자는 2차 시험 두 번을 볼 수 있다. 영어 과목은 토플과 토익, 텝스 등으로 대체된다. 나이와 학력 제한은 없다.

세무사 현황

여느 직업처럼 세무사도 과잉공급 우려가 나온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세무사 수요도 분명 늘어나지만 세무사가 늘어나는 속도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국세무사회 통계를 보면 2015년 6월 기준으로 전국 세무사는 1만1260명이다. 이중 여성은 943명이다. 전국 세무법인은 452개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268개가 서울에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은 개업을 하기 보다 증권사나 은행, 혹은 일반기업에 취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특별채용을 통해 공직에 나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세무사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세무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 세무사의 평균 연 수입은 2억5400만원이다. 관세사(2억9600만원), 회계사(2억85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세무사는 “10년차를 기준으로 보면 1억5000만~2억원 정도 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