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4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울중앙지법에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한 2014년4월14일 소송대리인단 변호사들이 서울 마포구 국민건장보험공단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어떤 대학병원의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상대로 임금을 더 달라고 소송을 냈어요. 레지던트들이 전문의 되기 전까지는 집에도 못 가고 임금도 적고 엄청 고생하거든요. 그런데 전문의가 되면 1년만에 외제차 한대 뽑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보상을 받는다고 해요. 처음 소송이 들어왔을 땐 ‘몇 년만 참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더 생각해보니까 밤새 일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라는 것은 의사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거예요. 예컨대 한밤에 심장발작을 일으켜 응급실에 갔을 때 잠을 못 자 멍한 상태의 의사가 나를 진료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잖아요. 그들은 지극히 개인적 이익을 위해 소송을 냈을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해 미치는 영향은 결국 사회적 영역으로 이어지는 거죠.

변호사와 사회의 관계는 이런 것 같아요. 자기 일과 사회 참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도 있지만, 사실 그들 역시 그들이 받아낸 판결이나 결정 등으로 사회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거죠”

변호사는 갈등이 발생해 법적 판단을 구해야 할 때 의뢰인들을 대신해 법률행위를 하는 이들이다. 흔히 변호사라고 하면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의 변호사 송우석처럼 법정에서 검사를 상대로 멋있게 변론을 하는 모습만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실제 법정에서 의뢰인을 변호하는 일은 변호사에게 주요 업무 중 하나지만, 법정 밖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변호사의 일은 계속된다.

<출처: 영화 [변호인](2013)>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김진우 변호사의 하루는 재판이 없는 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9시30분쯤 출근 해 간밤에 온 소송 관련 메일과 우편 서류들을 검토하고, 준비서면 작성을 시작한다. 준비서면을 작성하다 보면 으레 ‘법률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는다. 법률상담은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사건을 정식으로 수임하기 전 잠재적 고객이 가져온 사건에 대한 상담도 있지만, 김 변호사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와 상담하는 고객들에게 무리한 소송을 권하지 않고 합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법률상담을 하는 변호사들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통 재판이 있는 날은 주 2회 정도인데, 법정 출석을 하는 날은 그 일로만 하루가 훌쩍 간다. 오후엔 기록검토, 법원에 제출할 서면 등 서류 작성과 맡은 사건 고객과의 상담 등으로 업무가 이어진다. 대한변호사협회나 각 지방변호사회 내에 소속된 위원회 참석, 금융 등 전문분야에 관한 연수 등도 업무의 일환이다. 서면 작성 등 재판과 관계된 일 외에 기업이나 개인에 법률 조언을 해 주는 자문 업무도 있다. 연차에 따라 자문 업무 여부가 결정되진 않고,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송무와 자문 업무를 같이 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공익활동도 해야 한다. 변호사법은 대한변협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변호사는 일정 시간 이상의 공익활동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은 20시간, 강원·충북 등은 30시간 등 20~30시간이 필수 공익활동 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법조경력이 2년 미만이거나 60세 이상에 질병 등으로 정상적인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이는 공익활동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민운동단체나 교육기관에서의 활동, 개인에 대한 무료 변호 등 법률서비스 제공 등이 공익활동으로 인정된다.

변호사들은 어떻게 사건을 수임할까.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광고를 통해 자신의 경력과 업무실적 등을 홍보할 수 있지만 광고의 세부적인 내용 등은 대한변협과 각 지방변호사회의 광고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제한하고 있다. 타인을 통해 사건을 수임한 뒤 수익을 나눠 갖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때문에 대부분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을 지인 등 개인적 인맥, 즉 ‘사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사건을 대리해 준 뒤 그가 다른 누군가를 소개시켜 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최근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내세워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큰 사건이 있을 때 피해자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인단을 모으는 사례도 늘었다.

임윤태 변호사(왼쪽)와 박현지 변호사가 수험생들을 대리해 2013년 11월29일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에서 수능시험 출제오류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사람들은 주로 일상의 크고 작은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끝내 ‘법의 판단’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야 비로소 변호사를 찾지만, 가장 좋은 변호사 활용법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변호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계약서 작성할 때,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한 순간의 실수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됐을 때 등 변호사의 법률상담이 필요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이혼, 저작권, 의료 등 특정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들은 대한변협에 자신의 전문분야를 신청해 등록할 수 있다. 현재 962명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대한변협에 신청서를 내면, 전문분야등록심사위원회가 해당 전문분야에 대한 학위 취득 유무·강의실적·관련 근무경력 등을 심사해 등록증을 교부한다. 변호사 1인당 최대 2개까지의 전문분야를 등록할 수 있다. 전문분야는 크게 민사, 형사, 행정, 조세 등 10개 분야로 분류돼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등록돼 있는 전문분야는 부동산(154건)이다. 가사법·건설(126건), 형사법(113건), 조세(70건), 도산(69건) 등이 뒤를 잇는다.

일반 기업에서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 일정 조건을 갖추면 대리, 과장, 차장 등으로 승진 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처럼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나름의 직급을 갖는다. 연차나 실적 등에 따라 소속 변호사(Associate Lawyer, 어소시에이트 변호사), 구성원 변호사(Partner Lawyer, 파트너 변호사), 대표 변호사로 나눌 수 있다.

변호사가 되려면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거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판·검사의 자격이 있어도 변호사가 될 수 있다. 과거엔 사법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2009년 3년제 로스쿨이 개원하면서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성균관대·서강대·경북대·전북대 등 총 25개의 로스쿨이 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대학교를 졸업한 뒤 법학적성시험인 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에 응시해야 한다. 로스쿨별 입학정원은 학교별로 40~150명으로 총 2000명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엔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시험을 통과해 변호사 자격을 갖춘 뒤에도 처음 6개월간은 ‘실무수습’ 과정을 거쳐야 정식 변호사로 활동을 할 수 있다. 실무수습 과정은 개인법률사무소나 대형로펌 등 자신의 선택 지원해 합격한 곳에서 밟을 수 있다.

실무수습이 끝나면 개인사무소를 개업하거나 법무법인에 지원을 해 소속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2015년 7월31일 기준 대한변협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1만9835명으로, 이 중 개업변호사 수는 1만6480명이다. 소속별로는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가 5974명, 법무법인 소속 6574명, 법무법인(유) 소속 1970명, 합동법률사무소 소속 127명, 사내변호사가 1835명이다. 이 외에 법원의 국선전담변호사에 지원하거나 국가 주도의 대한법률구조공단·정부법무공단 등에서 활동할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연구원은 지난 4월 발간한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연구’에서 2050년에는 변호사 수가 7만295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한정된 법조 시장에서 변호사 공급이 늘면 변호사 1인당 수익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 우려 때문에, 국선전담변호사나 정부 주도의 법무공단, 사내변호사 등에 지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