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4반

2학년 4반 화이팅!-!

  • 선생님 : 이성현
  • 학생수 : 남 0명 / 여 23명

공인회계사

이름 이성현 등록일 19.03.10 조회수 9

기업회계의 감시자

“잘 부탁 드립니다. 잘못된 점이 있는 지 잘 봐주십시오.” (제조업체 A사 재무담당 이 모 상무)
“잘 부탁드릴 쪽은 저희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김병근 회계사)

제조업체인 A사 15층 회의실. 올해 처음으로 이 회사의 외부감사를 맡게 된 회계법인 관계자들과 A사 회계 담당자가 만나 명함을 교환했다. 업체 측은 자신들이 작성한 재무제표원장을 회계사들에게 제출했다. 앞으로 일주일간 회계사들은 이 사무실에 머물며 담당 업체의 사업보고서에 첨부될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재무제표와 관련된 서류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과 외부창고에 들러 재고수량도 직접 파악할 예정이다. 학생의 성적을 알려면 여기저기 물어볼 필요 없이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된다. 기업은 재무제표에 이런 내용을 담는다. 재무제표와 이와 관련된 주석 등이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검토해 주는 사람들이 공인회계사(이하 회계사)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매니저인 김병근 회계사가 경영컨설팅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김병근 회계사 제공>

공인회계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회계사는 회계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재무회계감사가 기본이다. 회계감사란 기업의 회계담당자가 작성한 회계기록을 제3자가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회계기록이나 서류가 적정하게 작성이 됐는지, 허위나 부정은 없는 지를 검사한다. 회계사는 세무상담, 경영컨설팅도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편이나 기업을 공개해 주식시장에 올리는 상장(IPO)때의 자문도 주요 서비스에 포함된다. 회계사는 기업회계의 감시자면서 세무대리인도 되고, 경영자문가도 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단순 회계감사보다는 경영컨설팅 영역이 더커지고 있다.

회계사를 해보니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매니저인 김병근 회계사(32)는 6년차 회계사다. 대학입학 때부터 회계사에 관심이 있었는데 군복무를 하는 도중 마음을 정했다. 제대 후 곧바로 준비를 한 덕에 2년만에 합격했다. 회계사 합격까지 평균 3.7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빨리 합격한 셈이다. 전공은 사학이지만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했다. 회계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경영관련 학점을 따야 하기 때문에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김 회계사는 “경영학과 비중이 높지만 법학처럼 딱 법대출신이어야 하다는 것은 없으니 학과가 다양한 편”이라며 “감사를 해야 하는 기업이 다양하니 경영학 외 다른 전공을 갖고 있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회계사도 업무량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직종이다. 가장 바쁠 때가 1월부터 3월까지다. 통상 감사보고서가 3월 중순까지는 작성돼야 한다. 이때는 거의 새벽에 나가서 다음날 새벽에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또 반기보고서가 나오는 8월도 중순까지는 바쁘다. 상장사의 경우 반기보고서는 의무공시를 해야 한다. 감사 기간은 회사규모마다 다른데 작은 회사는 3일, 큰 회사는 2주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는 “연초에는 매일 새벽 2시 퇴근한다고 보면 된다”며 “바쁠 때는 개인약속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사들을 상대로 심포지움을 열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회계사들에게 기업은 외부감사 일감을 준 고객이면서 자신들이 감사를 해야 하는 피감 기관이 된다. 기업입장에서는 좋지 못한 것을 가리려 하는 경향이 있고, 회계사는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경영상태가 별로 좋지 못한 기업을 감사할 때는 좀 곤혹스럽다. 기업은 아무래도 숨기려는 것들이 많고 회계사는 이를 찾아내려고 하다 보니 의견충돌이 생길 때가 있다. 상장기업의 경우 적자가 계속되면 퇴출될 수도 있는 만큼 실적을 부풀려 흑자로 만들려는 유인이 강하다. 김 회계사는 “감사를 잘못해 뒤늦게 부실이 발견될 경우 주주 등이 회계법인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담당회계사도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감리를 받게 된다”며 “실적이 안 좋고 부채가 많은 기업을 감사할 때는 아무래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계사라고 만능은 아니다. 기업측에서 작정하고 속이려 들 때는 진실을 파악하기 힘들다. 제한된 인원으로 제한된 기간에 감사를 하는데다 계약관계로만 보면 감사를 받는 곳인 고객사가 ‘갑’이다. 금융당국 수준의 감사를 하긴 힘들다는 의미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처럼 기업이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장부에 인식시키는 것을 미룰 경우 판단하기 힘들다. 물론 회계사가 느끼는 일터의 보람도 많다. 고객들이 경영이나 세무상 어려워하던 내용을 제대로 자문해준 뒤 좋은 성과가 날 때다.

자격을 따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 회계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제조업이나 금융권에 취직할 수도 있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등으로 자리를 옮길 여지도 많다. 김 회계사는 “회계사는 일은 많지만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요즘 전문직이 대체로 그렇지만 회계사도 회계사 자격증을 땄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직종”이라고 말했다.

<출처: By Dave Dugdale @Wikimedia Commons (CC BY)>

회계사는 숫자를 보는 직업이니 꼼꼼할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붙임성과 친화력이 필요한 직종이다. 만나는 사람과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회계사는 “계산에 밝으면 좋지만 워낙 컴퓨터가 잘 돼 있어 그런 부분의 중요성은 떨어진다”며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풀 수 있는 순발력과 상대방과 대화를 원만히 풀어나가는 대인관계 기술이 있다면 큰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회계사가 되는 법은?

회계사는 기본적인 응시자격이 있다. 회계학이나 세무관련 과목을 12학점 이상, 경영학 과목 9학점 이상, 경제학 과목 3학점 이상을 이수해 학점을 인정 받은 사람이 시험을 볼 수 있다.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 1차 시험은 객관식 필기시험으로 성적을 높게 받은 순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1차 시험에서는 최소선발인원의 2배수를 뽑는다. 2차 시험은 주관식 필기시험이다. 회계사는 연간 800~900명 정도 뽑는다.

한때는 1000명 내외를 뽑은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과잉공급 얘기가 나오면서 선발인원을 좀 줄이는 분위기다. 2015년의 경우 최소선발인원은 850명이다. 연간 응시자는 1만명 정도된다. 이중에서 800~900명이 합격하는 것이니까 경쟁률은 11대 1 정도 된다.

이미지 목록

안진회계법인 <출처: Deloitte Touche Tohmatsu>

삼정회계법인 <연합뉴스 제공>

시험에 합격했다고 바로 회계사가 되지 않는다. 공인회계사로서 기업의 감사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2~3년의 실무수습과 회계연수원에서 200시간의 연수를 받아야 한다. 실무는 회계법인, 공인회계사회, 금융감독원, 정부기관, 정부출자기관, 외부감사대상 회사 등에서 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빅4’로 불리는 4대 회계법인에서 대부분 수습을 받는다. ‘빅4’는 안진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등이다.

독특한 회계사의 세계

다른 전문직과 달리 회계사는 ‘빅4’회계법인의 비중이 매우 크다. 대형기업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글로벌 표준을 맞춰야 하니 소규모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빅4’도 글로벌 회계법인과 제휴를 맺고 있다.

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실무수습을 주로 ‘빅4’에서 받는 것은 빅4에서 수습을 해야 체계적으로 일을 배우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빅4에 가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기업의 외감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빅4에서 수습을 마친 회계사 상당수는 그대로 해당 빅4에 잔류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소규모 로컬 회계법인에 있을 경우는 작은 업체를 상대하지만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빅4에 취직했다더라도 평생직장은 아니다. 입사 3~4년이 되면 입사동기의 80%내외가 퇴사한다.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들이 바라는 목표는 임원급 회계사격인 ‘파트너’인데 파트너는 100명이 입사하면 5명이 되기도 어렵다. 파트너 되기는 어렵고, 일에 비해 연봉도 작다 보니 회계사들에게 빅4는 거쳐가는 곳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 목록

삼일회계법인 <출처: PWC>

한영회계법인 <출처: EY한영>

시장이 빅4 중심으로 구축되다 보니 세무사와 달리 개인창업이 쉽지 않다. 자본력과 로비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의 외감을 하려면 3명 이상이 같이 일해야 한다는 회계업의 특징도 개인창업을 어렵게 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자료를 보면 현재 활동 중인 1만1434명의 회계사 중 개업사무실을 연 사람은 6%인 683명에 불과하다. 개인창업을 했을 경우는 세무사와 경쟁관계가 될 개연성이 크다. 회계사가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 보니 세무사들과 업무에서 충돌이 생긴다.

40대 이후에는 회계사들이 법인을 떠나 일반기업체의 회계팀으로 가거나 컨설팅업체를 직접 차리는 사례가 많다. 회계지식을 살려 금융권에서 재무자문을 하거나 기업의 경영전략팀에 자리잡기도 한다. 공무원도 선호직종이다. 국세청 7급 신규채용 때 합격자 절반가량이 회계사 자격 보유자였다. 금융감독원은 신입직원 3명 중 1명이 회계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법인세 관련 규정이 바뀌자 회계사들을 상대로 ‘법인세 회원집합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회계사, 연봉은 얼마나 받고 전망은 어때요?

회계사는 어떤 직종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천양지차다. 회계법인에 있을 경우 3년차 때는 연봉 6000만원 정도, 6년차 정도되면 연봉 8000만원 안팎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차가 되면 1억원이 넘는다. 회계법인의 수익은 외부감사 수수료와 경영컨설팅료다. 최근에는 외부감사 수임료가 한동안 동결되면서 예전만큼 업계상황이 좋지 않다.

자본주의가 성숙할수록 회계업의 전망은 밝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저성장 기조에 돌입하면서 기업성장이 예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 창출되는 일감이 많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외부감사를 타법인으로부터 뺏어오기 위해 저가 수임료를 제시하는 ‘제살 깎아먹기’도 나타난다.

자격증을 따고도 휴업을 하는 회계사의 비중이 매년 늘고 있는 추세로 알려졌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자료를 보면 2015년 6월 현재 등록된 회계사는 1만7670명이다. 이중 6236명은 휴업 중이다. 전체 등록자의 3명중 1명 정도다. 이들은 회계법인에서 일하지 않고, 개인사무소 개업도 하지 않았다. 한 회계사는 “회계사 시험만 통과하면 많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시험통과는 글자 그대로 회계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이고, 그후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봉이나 지위가 아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글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