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어느 날, 햇빛이 블라인드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거실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소파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찐고구마처럼 텁텁한 날씨였다.한참 추리소설에 푸욱 빠져 있을 때, 엄마의 목소리가 내 귀로 들어왔다.''다인아,이리 와봐!'' 바스락 바스락 옷을 싸는 포장지 특유의 소리가 났다.''왜?나 지금 추리소설에 빠져 있단 말이야!에이,지금 막 스파이의 정체가 밝혀지려고 했는데....잠시만.이 챕터만 끝내고 갈게!''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더니 엄마께서 날 놀렸다.''그래?그럼 이 옷 다른 사람 주거나 버려야겠다.''''에이..귀찮단 말이야.지금은 탐정이 스파이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고 있단 말이야.나는 투덜거리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알았다,알았어.빨리 읽고 나와.''엄마의 목소리가 방문 사이로 흘러 들어왓다.아무리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해도 고집을 부려 끝까지 읽는 일은 없었다.하지만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이 책이 끝나면 밖으로 나가야겠지?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나는 엄마게서 건네준 옷을 입고 나서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다.나는 서울을 갔다 집으로 돌아왔다.안 그래도 피곤한데 엄마가 도 그 옷을 건네주었다.이번만큼은 폭신한 소파 위에 자리잡고 다음 책을 끝내야겠다고 다짐햇는데...''엄마!나 분명히 저번에 입어봤어.기억 안나?'' ''언제.저번에 짜증 부리면서 안 입어봤잖아.우기지 마.''나는 결구 그 옷을 또 입어봐야 했다.너무 귀찮았다.이 때는 엄마한테 말대꾸 하고 싶었다.정말 짜증 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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