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사셀’, 미국 FDA 허가 앞둬
17일 미국 피어스파마 등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소재 바이오기업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미국 제약사 버텍스(Vertex)가 공동으로 개발한 희귀 유전성 빈혈 치료제 ‘엑사셀’(Exacel) 가격이 5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엑사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TDT)과 겸상적혈구병(SCD) 치료제로 개발됐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적혈구 모양이 낫 모양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다. 혈액 내 산소분압이 낮아진 경우 적혈구 헤모글로빈 분자가 낫 모양처럼 뭉쳐 겸상적혈구를 만들게 된다. 겸상 적혈구는 쉽게 파괴돼 빈혈을 일으키고 모세혈관을 통과하기 어려워 혈관을 막기도 한다.
개발사 임상 결과에 따르면, 44명의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가 엑사셀 투약 후 36.2개월 동안 수혈을 받지 않으면서 1회 투약으로 3년 간 약효가 유지됐다. 겸상적혈구 빈혈 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31명 환자도 엑사셀 투약 이후 최대 32.3개월까지 혈관 폐쇄 위기를 겪지 않았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버텍스는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엑사셀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FDA가 승인할 경우 엑사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편집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신약이 된다. 이들 기업은 올해 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엑사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 세계 최초의 유전자가위 편집 기술이 적용된 약이라는 점 외에도 최고가 약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버텍스는 엑사셀 가격이 400만 달러(한화 약 52억5000만원)에서 최대 600만 달러(약 78억7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최대가격으로 책정될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 된다.
다만 미국 의약품 감시 기관인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약의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최대 약가를 232만달러(약 30억4500만원)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은 호주제약사 CSL의 B형 혈우병치료제 ‘헴제닉스’로, 1회 투여 시 350만 달러(약 46억원)가 든다.
한편 유전자가위 기술은 인간의 DNA를 잘라 새로운 유전자 정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러스나 질병을 유발하는 DNA 정보를 찾아 자르고 새것으로 교체해 질병을 치료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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