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은이야기-'수련회'라는 여행 |
|||||
---|---|---|---|---|---|
이름 | 이도은 | 등록일 | 19.07.24 | 조회수 | 18 |
오 마이 갓김치! 수련회 가는데 캐리어를 못 가져 가다니! 작년 생일때 할머니께서 선물해주신 커다란 연분홍색 캐리어를 가져가려고 먼지를 톡톡 턴순간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에휴.. 잘 잊고 있었는데... 엄마, 백팩 어디다 뒀지?" 캐리어 쪽으로 향하는 발을 간신히 옮겨 엄마쪽으로 걸어갔다. "흠..! 8시간 후면 수련회 간다! 옷 챙겼고, 간식 챙겼고, 엄마 몰래 챙긴 뱀인형까지 완벽해!ㅎㅎ" "이도은 빨리 안잘래!! 수련회 가는데 지각할라구.. 빨랑자!" "네~ㅋㅋ" 내일, 나의 12살 인생 최초로 수련회에 간다! "안녕하세요오~!" 버스기사님께 어느때보다도 힘찬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너무 들뜬 나머지 몸도 마음도 붕 떠버릴 것 같아 얼른 안전벨트를 맸다. 내 옆에 앉은 준희와 열띈 수다를 떨고 있을 때쯤 버스 안이 시끌시끌 해졌다. '오오 드디어 도착했나보군.. 어어?!' 창문 너머로 진한 노랑색을 띄는 이마트편의점이 보였다. "매점이다아아아아아아악" '와 수련회에서 매점이 있을 줄 이야~ 잔뜩 사가야지!' 내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 수련회가 될 것 같다. 기대에 잔뜩 부푼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리는데 아뿔사! 방금 그쳤던 비가 다시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하아.. 그래도 많이 안내려서 다행이야..' 조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조금 지루했던 입소식이 끝나고 이제 내가 제일 기대하던 숙소에 간다. 친구들을 따라 여자숙소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몸이 들썩거렸다. '심장아 나대지맛!ㅎㅎㅎ'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방장인 내가 키를 대자 띠리릭- 반가운 소릴 내며 문이 열렸다. "와아앙아ㅏ아아아아아아앆" 우리반 거실에는 커다란 냉장고와 싱크대, 화장대가 놓여있고 우리가 잠을 잘 방에는 화장실 2개와 싱크대, 정수기, 찬장, 옷장 등등 별의 별개 다 있었다. 짐을 풀기도 전에 애들이랑 가방을 벗어던지고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와아~ 진짜 좋다아~헤헿" 잠시 뒹굴거리다 일어나 짐을 풀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조금의 자유시간을 즐기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밥 맛없으면 어떻하지..' 전혀 쓸대없는 걱정이었다. 내가 까르보나라 떡볶이를 입속에 욲여 넣으며 말했다. "솔직히 우리 학교 급식보다 더 맛있다ㅋㅋ 인정?" "인정~" 일령이도 말했다. 입이 행복한 점심시간을 보내고 강당으로 갔다. 하지만 거기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말았다. "비가 많이 와서 원래 일정은 취소됬다." 'ㅜㅜ내가 이 체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에...' 몸이 저절로 축 쳐졌다. "그래서 체험 대신 물놀이와 물썰매로 대체할거야." 언빌리버블!! 굽었던 허리가 쭉 펴졌다. '제가 물 좋아하는건 또 어떻게 알구~ ㅎㅎㅎ재밌겠다!' 내가 봐도 난 감정기복이 심한 것 같다. 그렇게 입고있는 옷 그대로 물에 들어가 열심히 놀았다. "하나, 둘, 효민쌤 예쁘다아~!" 쇠미끄럼틀에서 내려오며 일령이와 소리쳤다. 그러자 너도나도 소릴 지르며 내려왔다. 또 물썰매는 시작하자마자 뒤도 돌려졌다. "재밌다아아앙!" 이 짓을 6번이나 반복한 뒤엔 이미 녹초가 되어있었지만 방에서 당충전, 저녁밥에서 에너지 충전을 하며 기운을 모았다. '왜냐! 우리에겐 아직 장기자랑과 레크레이션이 남아 있으니까!! 화이팅! '잠깐만... 분명 애들 다 한다고 했는데 다른 학교 애들때문에 안한다고?? 아니.. 어떻게 나 혼자 나가ㅠㅜ' "도은아 잘해!" "고마워ㅜㅠ" 드디어 내 순서가 됬고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와.. 진짜 너무 떨려ㅠ' 다행히 난 무사히 노래를 마치고 내려왔다. "하아..몸에 있는 기운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야..ㅎ" "잘했어~ 잘했어~ㅋㅋ" 그렇게 떨리는 장기자랑을 마치고 레크레이션이 시작됬다. "앗싸 신난다~!" "앗싸 재밌다~!!" '수련회 와서 스트레스도 풀고 자유시간도 얻고 일석이조잖아!ㅋㅋ' 진짜 피곤한거 다 날려버리고 막 놀았다. "열심히 논 효문초에게 자유시간 10분 추가~!" "예에에에이아에에애애에엥~!!!" 완전 하얗게 불태운 우리는 쭈쭈바를 먹으며 씻고 잘 준비를 했다. 방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다가 잠들었다 깼는데.. "으으음..지금 몇시야아?? 얽 뜨걲!!!!" 무심코 손을 내려놨다가 방바닥의 불같은 온도에 깜짝 놀라 잠이 달아나 버렸다. 상황을 보니 주은, 지윤, 일령이는 이미 깨서 얘기중이었다. "뭔 방바닥이 이리 뜨거워?! 에어컨 에어컨~!" 그 이후로 두 번이나 더 틀어봤지만 에어컨은 결코 나오지 않았다. "하...더워 죽겠다아앆! 밖에 쌤있나?! 에어컨은 차단한것 같고.. 아무리 배아픈 애들이 많다 해도 이건 좀 아니지이!!" "앆 짜증나.. 밖에 쌤있을 까봐 미니 선풍기도 못틀겠네.. 제일 최악의 상황은 단체기합인가아..." '아니...에어컨은 차단.. 보일러 못꺼.. 애들은 더워서 짜증나지.. 나도 짜증나지.. 근데 내 옆에 준희는 자고있지.. 그렇다고 쌤올까봐 선풍기도 못틀지.. 아아앜더웎!!!!' "똑똑똑" '오메 쌤왔다!! 빨리 자는 척을!!' "얘들아..자늬..?" 다흰이였다. "하아아.... 놀랬잖앆!!" "쏘리쏘리ㅋㅋ" 그렇게 옆방 애들과 새벽1시에 이 더위가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지 얘기하다 다흰이가 말했다. "근데 너희는 에어컨 안틀었네? 우린 에어컨 틀고도 더워 죽겠는데..ㅋㅋ" '응?!?!' "에에? 진짜?? 차단한거 아니었어??? 다시 틀어보자!!" 시원한 바람이 슝 나왔다. '와 살았다!' 우린 에어컨을 파워냉방 18도로 틀어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잠 안와..ㅎ" "난 그냥 밤샐래 지금 자면 어차피 아침에 못일어날듯.." "그러게. 나도 밤새야지..ㅎㅎ" 난 주은이 옆으로 일령인 지윤이 옆으로 가서 새벽 2시에 게임을 했다. "야 어차피 쌤 안오는듯ㅎㅎㅎ" "맞아ㅋㅋㅋ" "뭔 게임 할까?" 열심히 수다를 떨다보니 새벽 4시가 지나고 있었다. "야.. 나 2시간이라도 자야겠다..ㅎ 1시간으론 도저히 못버티겠슴ㅋㅋ" "나도 자께~ 7시에 깨워줘 주은아~" 그렇게 일령이와 나는 잠이 들었다. "하아아암..지금 몇시지??" "6시 55분" 주은이가 대답했다. "잘잤어? 나 3시간 잠ㅋㅋ" "나 2시간 잤다..ㅋㅋ" "안졸려??" "이응" 딱히 쓸모없는 대화를 주고받다가 나는 자고있는 애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김일~~일어나하~~~~~7시야~~~~~" "엄지~~~일어나하아~~~~7시야하~~~" 일령이와 지윤이를 깨우고 이불을 갤때 하음이도 일어났다. 이불을 다 개고 준희를 깨웠다. "준희야하~~~일어나학~~~7시 10분이야~~~~~" '준희는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못깨우겠어ㅎㅠ' 그렇게 우리방 애들이 다 일어나고 난 거실로 나와 냉장고에 있는 주은이가 산 우리방 전용 1.5리터 짜리 오렌지 주스를 종이컵에 따라 마시며 아침의 여유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때 방안에 있는 스피커에서 소리가 났다. "현제 시각 7시20분입니다.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와 주세요. 반복합니다. ......" 그제서야 자고있던 애들이 달팽이 기어가듯 슬금슬금 거실로 나왔다. 이제 곧 숙소를 떠날거라 방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짐들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쑤셔넣었다. 갈 준비를 모두 마친 우리들은 숙소 문 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띠리리릭- 아쉬움의 소리가 세어나왔다. 애들이랑 수련회를 마친 소감에 대해 얘기를 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진짜 재밌었어!! 매달 수련회 가면 좋겠다.ㅎㅎ" "그러게ㅎㅎㅎ" 이렇게 내 생의 첫 수련회는 해피엔디으로 끝났다. |
이전글 | 준형이야기-먹어 먹으라고! |
---|---|
다음글 | 지아이야기-수련활동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