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겨울 즈음에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작품인 '데미안'을 읽었다. '데미안'에서는 헤르만 헤세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를 느껴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싯다르타'에 도전해보게 되었다. 2학년 생활 동안 생활과 윤리를 통해 철학과 사학, 윤리학 등에 관심이 생겨 학업 외 공부를 해왔던 탓인지는 몰라도 '싯다르타'의 주제는 일전의 '데미안'보다는 이해가 수월했고 한층 더 흥미를 느꼈다. '싯다르타'라는 제목에서부터 불교와 인도 냄새가 느껴졌는데 예상은 적중했다. 싯다르타라는 열반의 경지에 남들보다 조금은 더 가까워 보였던 소년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열반의 경지에 이르려는 노력은 그가 연로한 뱃사공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전개 구조도 흥미로웠다. 싯다르타가 무언가를 깨달을 쯤이면 고난 혹은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오며 마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사고 구조를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싯다르타, 즉 헤르만 헤세가 생각하는 진리는 이러하다. 내가 밟아온 모든 길에는 가르침이 있고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은 그 모든 것이며 서로가 떨어질 수 없는 상생성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인연생기를 통한 모든 것들은 덧없다. 이러한 헤르만 헤세의 생각 중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점이 있어 뿌듯했다. 바로 모든 경험에는 가르침이 있다는 것인데 비록 완벽하게 체득하지는 못했다마는 부정적인 사고를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한 초석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예를 들자면 독서 기록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조금이라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을 것이고 아무리 배운 것이 없다 한들 타이핑 속도라도 늘어났을 것 아닌가. 그리고 이런 경험 중심적인 생각을 부인하려는 마음가짐도 정답을 맞추는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고 적어도 사고가 조금이라도 깊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험 만능주의에 기반한 긍정적 사고는 모든 것의 본질을 알아보며 마침내 스스로를 꿰뚫고 진리를 깨달음에 있어 시작이다. 작품 외적으로 헤세에게 놀라웠던 점은 1940년대에 동양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교리를 창조해냈다는 점이다. 선구적인 모습을 닮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