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10반

3-10반 학급게시판입니다. 

 

(飛上) 꿈!

  • 선생님 : 이유진
  • 학생수 : 남 0명 / 여 27명

5.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 공통(1학기)

이름 양시현 등록일 20.08.13 조회수 29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책을 펼치고 첫 페이지에 적힌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나는 이 책을 고른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종말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책의 제목에 이끌렸지만, 이 책의 부제에서 작가는 말한다. 평균이라는 허상이 그동안 교육을 속여 왔다고.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평균이 사회 전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특히 교육에 평균이 적용되면서 어떤 폐해를 가져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평균을 활용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시험을 보고나면 학생들에게는 원점수와 평균, 그리고 표준편차가 기록된 성적표가 배부되고, 평균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더 똑똑한 학생이라는 칭호가 뒤따른다. 비단 시험에서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자면, 대부분의 평균적인 보통사람들은 12년간 초··고등학교에서 사회화를 받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20대가 되어서 취업을 향해 달리다가,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얻게 된 30대가 되면 결혼이라는 또 다른 과제에 맞닥뜨린다. 4-50대에는 자신의 집 마련과 자녀 양육 및 교육을 위해 쉴 틈 없이 돈을 벌어야 하며 6-70대에게는 은퇴라는 사회적 압박이 기다리고 있다.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그나마 이게 성공사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이 평균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자신의 개개인성을 몰살한 채 앞만 보고 달리고 있고, 사회는 이러한 보통의 삶을 영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박탈감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다가 이러한 평균주의 사회속에 살게 되었을까? 나는 이 책의 1-2장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1819, 아돌프 케틀레라는 과학자에 의해 천문학에서나 쓰이던 평균법이 사람들의 삶에 적용되기 시작한 이후로, 프랜시스 골턴,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산업계에 표준화 시스템을 도입한 테일러주의의 그 테일러다), 에드워드 손다이크 등에 의해 우리 사회는 서서히 그러나 빠른 속도로 평균에 계층 개념을 도입시켰고, 많은 학교는 점점 테일러주의화 되었다.

  그 중에서도 테일러의 표준화 개념을 받아들여 학교의 우등생과 열등생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삼았던 손다이크의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는 대학에 진학해 그 월등한 재능이 국가를 이끌어가는 데 잘 쓰이도록 학교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믿었다. 반면 평균을 맴도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산업 경제의 테일러주의 근로자로서의 역할을 맡도록 일터로 진출시키는 편이 낫다고 보았으며, 학습이 더딘 학생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신속히 자원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노동자들이 기계의 부품 정도로 취급받던 근대 사회를 비판한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공장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명령만을 따르며 무난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자를 양성하는 곳이 학교라니! 마르크스가 그토록 인간 소외라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산사회를 꿈꾼 이유를 알 것만 같았고,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평균주의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100년 전 교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오늘날 교실의 모습을 떠올리곤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4차 산업혁명, 더 구체적으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다다른 현재에도 학교는 100년 전 평균주의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모든 학생들은 정해진 일정한 시간동안, 정해진 시간표대로, 정해진 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동일한 평가방식으로 성적이 매겨진다. 또 그들은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도록 강요받는다. 이렇게 평균이 학교 시스템을 지배하게 되면 학생들의 창의성과 개성은 간과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평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자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1학년 때 읽은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라는 책을 떠올렸다. 다중지능 이론은 개인의 지능이 단일한 것이 아니라 다원적·복합적인 것이며, 이들은 서로 독립적이지만 상호작용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을 토대로 나는 학습자 개인의 다중지능에 맞춘 여러 가지 학습법과 평가방식을 교육에 활용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중지능 이론은 작가가 개개인성의 1원칙으로 소개한 들쭉날쭉의 원칙과 유사하다. 들쭉날쭉의 원칙이란 다차원적이고 상호 관련성이 낮은 특성들(체격,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은 개인마다 모두 들쭉날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같은 IQ 100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은 어휘력이나 상징 기호 찾기, 공통점 찾기 등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행렬 추리, 부호화 능력, 블록 짜기 등에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8장에서 작가는 기존 시스템의 평균주의 구조에서 학생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그 중에서도 학위가 아닌 자격증을 수여하자는 대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선택 전공의 난이도, 학생의 학습속도, 역량의 유무와 관계없이 4년간 필수 출석시간을 기록하기만 하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현재의 대학 교육 시스템과 달리, 자격증은 아주 세분된 학습 단위별로 학생의 기량, 능력, 지식에 따라 유연하게 부여할 수 있으며, MIT나 온라인 공개강좌(MOOC) 등에서는 실제로 개인화된 자격증 수여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이러한 대안을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니 여전히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자격증 수여제가 과도한 사교육 유발 없이 성공적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개개인성을 존중한다고 볼 수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조차 그 공정성에 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인데, 작가의 말대로 성적 대신 실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쉽게 받아들여질 것 같진 않았다. 또 작가의 주장은 대부분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근거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대안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나라가 개개인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앞장설 수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을 우선하는 접근법에서의 한 가지 난관은 평균주의 접근법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자료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물론 불과 2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을 연구하는 대다수의 분야에는 막대한 자료를 수집·처리할 도구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가 아닌가.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사이에 막대한 양의 개개인 자료를 수집·저장·처리하는 것쯤은 아주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왔고, 인터넷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할 사고방식만 갖춰진다면 나는 우리나라가 개개인성을 존중하는 교육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교육선진국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의 말미에서 작가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상을 소개하며 이렇게 마무리 짓고 있다. ‘이제는 시스템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개개인성을 중요시함으로써 평균주의의 독재에서 해방돼야 한다. 우리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으며 그 시작점은 평균의 종말이다.’ 교육계에 몸을 담고 있든 그렇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평균의 허상을 깨우치고, 평균 점수 그 너머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길 기대한다. 또한 나 역시 평균적이지 않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개개인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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