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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손열음) / 음악(2학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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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한건희 | 등록일 | 21.02.08 | 조회수 | 55 |
음악. 이 짧지만 굵은 단어는 누구나 자신만의 형태로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있을 것이다. 나의 몸 일부도 음악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투애니원의 강렬한 EDM부터 'Por Una Cabeza'와 같은 아름다운 탱고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팝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나의 음악적 시선은 굉장히 좁은 것이 사실이다. 그 영향으로 이 책,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를 읽고 나는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작가 손열음의 음악을 듣고, 보고, 해석하는 시선이 나의 시선과 전혀 다르기도 하고 훨씬 더 세밀하고,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구나 다르고 어느 관점이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사람 목소리의 발성과 기교에만 집중하는 내겐 클래식 악기들의 선율, 화성, 리듬의 전체적인 조화와 그 속의 이야기를 보는 손열음의 시선이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고급스러운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시선을 아주 작은 쥐구멍으로라도 엿볼 수 있는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이다. 이 책에는 손열음 본인에 대한 여러 소소한 정보와 일화도 담겨 있고, 슈만이나 슈베르트와 같은 전설적인 클래식 음악가들의 음악을 손열음의 시선으로 감상한 내용도 담겨 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챕터 몇 가지를 뽑아 소개해보자면, 첫번째로 나는 1장의 두 번째 챕터,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이라는 챕터를 소개해보고 싶다. 이 챕터는 단순히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닌,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과 상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음악을 감상할때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알려준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굉장이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손열음처럼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음계에 집중하고, 상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화성 진행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순 상대음감이라 음악을 감상할 때, 코드나 조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아예 없다. 그러나 손열음은 클래식을 들으면서 그 악장이 무슨 장조인지, 무슨 단조인지, 코드 진행이 어떤지 다 알 수 있는가 보다. 물론 나는 전혀 갖아보지 못한 능력이기에 공감도 안되고, 이해도 안되는데 그것 때문에 손열음이 더 신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손열음은 G장조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빅뱅 태양의 현란한 꺾기와 투애니원 박봄의 들뜬 비브라토를 좋아한다. 내가 상대음감이기에 음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음들의 연속된 흐름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손열음의 이론이 나에게는 맞는 것 같다. 두번째로 소개해보고 싶은 챕터는, 2장의 첫 번째 챕터, '아 템포, 깨어나기 싫은 그 단꿈 속으로'이다. 2장은 여러 클래식 음악가들을 손열음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내용인데, 이 챕터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에 관한 챕터이기 때문이다. 이 챕터에서는 슈만의 에로스적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나온 슈만의 음악을 이야기한다. 슈만의 쟁취적인 사랑은 슈만이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낼 수 있게 된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슈만의 음악을 난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Fantasie in C Major Op.17'은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해오던 가곡인데, 이 책을 접하기 이전부터 손열음의 연주를 50번 넘게 돌려볼 만큼 그 느낌이 내게 감동을 준 적이 많았다. 또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짧은 피아노 솔로인 'Fantasy Dance Op.124 No.5'도 내가 정말 좋아했는데 강렬하게 시작해서 점점 절제하다가 급작스럽게 끝나버리는 전개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이런 음악을 한 슈만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게 해준 이 챕터가 내게 인상적일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어서 남은 2장에서 쭉 음악가들의 분석이 나오는데, 작곡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음악 속 이야기들을 엄청 세밀하게 묘사해두었으니 누구나 2장은 꼼꼼히 한번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챕터는 5장의 마지막 챕터, '피아니스트는 혼자다'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나와 작가 사이의 벽이 높아져만 가고, 마치 개미 한 마리가 기린과 눈을 맞추려고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와 음악적 시선이 너무 달라서 공감이 잘 안된건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물론 조금이라도 손열음의 시선을 이해해볼 수 있어서 그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챕터인 '피아니스트는 혼자다'의 내용은 공감이 아주 많이 되어서 나 스스로에게도 힘이 되었다. 영어를 못하던 내가 미국 어린이집에 처음 입학한 순간, 혼자 나비를 찾으러 산에 오른 순간, 시험공부를 친구들과 함께 해보려고 여러 번 시도해 봤으나 나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 된 것을 깨달은 순간 등 나의 외로웠던 여러 순간들에게 어쩌면 가장 외로운 경험을 해봤을 손열음 작가의 한 마디 위로는 강추위 속에서의 핫초코 한 잔과 다르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인생이라는 무대에 던져진 인간은 누구나 혼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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