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새롭게 생각하고 탐구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꿈을 찾아 가꾸는
도통초등학교 6학년 3반 입니다.
(국어 글) 6월2일 화요일 국어 추론글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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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장혜성 | 등록일 | 20.06.02 | 조회수 | 90 |
“오빠, 아직 멀었어?” “너, 자꾸 말 시킬래?” “아, 심심해” 송이는 아까부터 방바닥에 엎드려 뭔가 끼적거리고 있는 철이가 못마땅하다. 송이는 철이에게 눈을 한번 흘기고 종합장을 찢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야, 그만 좀 씹어라.” 아무리 놀자고 졸라 대도 끄떡 않던 철이가 송이를 나무랐다. “치, 심심하고 배고프니까 그렇지. 텔레비전도 못 보게 하구.” “좀만 참어. 오빠 동시 숙제 안 해 가서 요새 계속 청소한단 말이야.” “그럼 오빠 다 할 때까지만 씹을게.” “으이구. 니 맘대로 해라.” 송이는 심심하거나 배가 고프면 종이를 먹는 버릇이 있다. “송이야, 종이 먹으면 정말 맛있냐?”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골똘히 생각하던 철이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맛있냐고? 몰라.” “맛있으니까 먹을 거 아냐.” “맛있는 건 아닌데, 종이 씹으면 밥풀 냄새가 나.” “밥풀 냄새?” “응, 배고플 때 밥풀 냄새 나면 좋잖아. 그리고 어떨 땐 껌 씹는 것 같애. 근데 사전 종이나 색종이는 불량 종이야. 그건 밥풀 냄새두 안 나구 질기기만 해.” (중략) “오빠 빨리 밥 줘. 배고프단 말이야.” “알았어. 오빠가 나가서 라면 끓여 올게.” 철이는 라면을 끓였다. 작년 연말에 동사무소에서 나눠 준 라면도 이제 몇 개 안 남았다. 할머니 월급날은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 쌀통에 쌀도 다 떨어져 간다. (중략) 배가 고팠던 송이는 라면 한 그릇을 금세 먹어 치웠다. 찬밥 남은 것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야 송이는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우며 말했다. “아, 이제 배부르다.” “야, 이송이. 일어나. 할머니가 밥 먹고 누우면 소 된다고 그랬잖아.” “내가 밥 먹었나 뭐. 라면 먹었지.” 철이는 송이 말에 웃고 말았다. “오빠, 내일 할아버지 퇴원해?” “응.” “할아버지 이제 안 아픈 거야?” “아니 다 나은 건 아닌데. 그냥 집에서 약 먹으면서 쉬는 거야.” “그럼, 집에 와도 할아버지 장사는 못나가?” “그럼.” 송이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또 물었다. “근데 할머니는 왜 또 절에 간 거야?” 송이는 입을 다물고 있는 적이 거의 없다. 언제나 재잘재잘 수다를 떨어 철이를 귀찮게 한다. “부처님한테 기도도 하고, 큰스님도 만나고, 할아버지 약초도 얻어 오고 그럴 거야.” “그래? 그럼, 내일 할머니 올 때 내 책가방 사 왔으면 좋겠다.” 철이는 송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숨을 쉬며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나갔다. “오빠, 나 몇 밤 자면 학교 가?” “또 물어보냐? 지겹다 지겨워. 스무 밤.” “알았어.” 철이는 송이가 학교 갈 날을 물어 보면 마음이 아프다. 스무 밤을 자고 나면 송이는 학교가 아니라 절에 가야 한다. 송이가 동자승이 되는 것이다. 지난 설날, 송이와 함께 절에 다녀온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송이를 스님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할머니의 말을 듣고 철이는 가슴이 울렁거려 혼이 났다. 할아버지도 송이 걱정 때문에 천식이 더 심해져 입원을 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송이 걱정만 했다. “어서 나가서 일을 해야 우리 송이를 안 보낼 텐데. 내가 일을 해야 될 텐데...” 철이도 송이와 헤어질 일만 떠올라 내내 우울했다. 학교에 가도 공부도 안 됐다. 찰거머리처럼 철이를 따라다니는 송이가 귀찮았는데, 막상 송이와 헤어져야 한다니 잠도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이는 입학실 날만 기다리며 들떠 있었다. 송이는 아마 오늘도 할머니가 일 나갔다 돌아오면 손부터 볼 거다. 혹시 책가방을 사 왔나 하고 말이다.
책 [종이밥/김중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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