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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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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26(20240416)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4.16 조회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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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스물여섯 번째 편지, 2024416, 화요일에

 

하느님 닮아서/ 송창우

 

 

달님도 둥글고

별님도 둥글고

우리 사는 지구도 둥글둥글

하느님이 만드신 건 다 둥근가 봐

 

땅도 둥글고

하늘도 둥글고

보름달처럼 둥실둥실한

승현이 마음씨도 둥글둥글

하느님이 지으신 건 다 둥근가 봐

 

볍씨도 둥글고

꽃씨도 둥글고

빗방울도 둥글고

아름이 언니 눈물방울도 둥글고

하느님 닮은 건 다 둥근가 봐

 

 

 

승현이와 동현이 그리고 아름이는 남매지간입니다. 얼마나 서로 살갑게 지냈는지 주변 사람 모두가 부러워하는 오누이지요. 그래도 승현이는 좀 얄궂은 아이였답니다. 그해 승현이는 동현이 형의 주민등록증을 훔쳐서 제주도 수학 여행길에 올랐으니까요. 승현이는 아직 미성년자라 술이나 담배를 살 수 없었는데, 동현이 형 주민등록증이 필요했던 거지요. 맞아요, 승현이는 아빠 몰래 담배를 피웠어요. 아름이 누나와 동현이 형은 알고 있었지만, 엄마 사랑을 못 받고 크는 막내가 안스러워 차마 심하게 나무라진 않았던 거죠. 승현이와 동현이는 모두 아빠를 닮아서 얼굴이 비슷했답니다. 그러니 형 주민증만 있으면 담배 사는 것은 승현이에게는 누워 떡 먹기인 셈이죠. 아빠는 세 자식을 혼자 키워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잘 나가던 직장은 물론 낚시를 일삼던 취미활동까지 멈추고 애오라지 집안 살림만 했습니다. 다 커가는 자식들에게 엄마 없는 티를 안 나게 하려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온갖 힘을 쏟느라 직업도 없이 전업주부처럼 가사노동만 했습니다. 밥을 챙겨주고, 빨래를 하고, 학교생활을 일일이 챙겨주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노부모님까지 챙기는 수고라니요! 그날, 2014416. 모처럼 떠나는 막내 승현이를 바라보는 아빠 이호진씨는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아빠가 놀이동산도 자주 동행을 못했는데, 친구들끼리 신바람으로 배를 타고 제주도에 놀러 가는 승현이의 뒷모습에 입꼬리가 상현달처럼 봉긋했겠지요. 모처럼 흐뭇한 눈길로 아들 수학여행 가는 준비물까지 알뜰히 손색없이 다 완벽하게 끝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동현이 주민등록증을 몰래 승현이가 감춘 것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승현이의 달뜬 마음은 평소 친구처럼 지내던 동현이 형 주민증을 훔치는 것에 개의치 않았지요. 그 전날, 그러니까 승현이가 인천항에서 세월호를 타기 전날 밤에 아름이 누나는 승현이를 붙잡고 부탁을 했어요. “승현아, 너 아직 학생인데 담배 피면 안 돼. 누나가 가만 안 둘 거야. 지금 있는 담배도 다 꺼내. 어쭈 이 녀석, 국산 담배도 아니고 미국산 말보로만 피네. 그것도 빨간 색깔 말보로라, . 라이터랑 모두 놓고 가!” 하지만 승현이는 속으로 웃고 있었죠. 형 주민등록증이 안 주머니 깊은 곳에 들어있으니까요. 그리고 금요일 저녁에 돌아와서 칼국수 맛집을 찾아 아빠와 삼남매가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랬는데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승현이는 맹골도 앞바다에서 그만 물속 깊이, 뻘 속 깊이 배가 쳐박히고 아무도 꺼내주는 사람이 없이 차디찬 4월의 바닷가에서 떠오르지 않았답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갈 무렵, 승현이도 아니고 동현이가 잠수사에게 안겨 나왔답니다. 아니 주머니에 동현이 주민등록증이 있어서 승현이가 아니고 동현인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동현이 주민등록 덕분에 오랫동안 바닷물에 씻겨나가 얼굴도 형체도 알 수 없는 승현이를 찾을 수 있었던 거죠. 아름이는 그날 이후 말보로 담배에 입을 댔습니다. 그것도 빨간색 말보로만을 눈 뜨면 물고, 잠자기 전까지 틈만 나면 줄담배를 피는 골초가 되었습니다. 이제 스물이 갓 넘은 승현이의 누나 아름이가 말이죠. 승현이를 그저 꿈속에서라도 한번 만져보는 게 소원인데 승현이는 나타나질 않고, 그저 승현이 체취가 묻어 있는 듯한 애꿎은 말보로 담배 연기만 가슴 깊이 빨아들였다 내뿜습니다. 그 연기라도 몸안에 가두어두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거죠. 어느 날인가 아름이는 펑펑 눈물을 쏟으며 후회의 말을 목놓아 외쳤습니다. 그날은 세월호 진실을 밝혀달라는 삼보일배 행진이 뜨거운 초여름을 지나갈 무렵이었어요. 아름이와 아름이 아빠가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온몸에 소금땀을 적시며 담배꽁초가 버려지고 온갖 쓰레기가 널부러진 도로가에서 삼보일배를 하다가 잠시 길바닥에서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아름이 옆에서 하필 국산 담배도 아닌 외제 말보로 빨간색 담배만 피워대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아름이는 뜻모를 미소를 짓다가 사연을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얼마나 승현이를 사랑하고 예뻐하고 소중히 했었는지를. 그러다가 갑자기 소나기같은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을 했댔더랍니다. “승현아, 미안해. 이럴 줄 알았으면 누나가 담배 못 피우게 안 할걸. 누나한테 꿈속에서라도 한 번만 나타나면 안 되겠니? 누나가 정말 잘못했어, 보고 싶고, 한 번만 안아보고 만져보고 싶은 내 동생 승현아, 이 못난 누나를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전북제일고 학생회(회장: 3학년 7반 이가인)가 주관하여, 세월호 10주년을 맞이하여 어제(415)부터 세월호 리본 달기 활동을 합니다. 각 반 실장을 통해 나눠준 노란 리본에 추모글을 쓰면, 추모의 글을 적은 리본을 모아 학교 정문 울타리 나무에 걸어 등교하는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지역 주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전시를 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해주세요!

 

 

익산 청소년 신문 <벼리> 편집위원을 모집합니다. <벼리>는 익산의 청소년-중학교, 고등학교-들이 자신들의 정서와 문화를 직접 담아내어 공유하고 공감하는 유일한 청소년 연합 매체로 성장해왔습니다. 최근 편집위원이 모집되지 않아 폐간의 어려움에 부닥쳐 있습니다.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손발로 가감 없이 써나가는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기회를 함께 만들어갈 패기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익산시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편집위원을 모아야 하지만, 워낙 어려운 시기라서 일단 전북제일고 학생들 대상으로 인원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은 학생은 생활안전부 송창우 교사(010-7163-7249)에게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오시면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편집위원 활동은 학교 내에서 자율동아리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정보 나눔으로 <벼리>를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본관 3층 생활안전부)

 

 

제나온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 피드백을 해주시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피드백 내용에 따라서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또한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문자나 전화로 노크해 주시면 즉시 활짝 문을 열어 환대하겠습니다!

 

*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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