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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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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25(20240415)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4.14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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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스물다섯 번째 편지, 2024415, 월요일에

 

그날 이후/ 진은영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해서 미안

 

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듯하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

 

아빠 엄마 미안

아빠의 지친 머리 위로 비가 눈물처럼 내리게 해서 미안

아빠, 자꾸만 바람이 서글픈 속삭임으로 불게 해서 미안

엄마, 가을의 모든 빛깔이 어울리는 엄마에게 검은 셔츠만 입게 해서 미안

 

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뭉게구름이 있어

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 구름 사이에 햇빛이 따듯하게 펄럭이고

여기에도 똑같이 주홍빛 해가 저물어

엄마 아빠가 기억의 기둥들 사이에 매달아놓은 해먹이 있어

그 해먹에 누워 한숨 자고 나면

여전히 나는 볼이 통통하고, 얌전한 귀 뒤로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아이

슬픔의 대가족들 사이에서도 힘을 내는 씩씩한 엄마 아빠의 아이

 

아빠, 여기에는 친구들도 있어

이렇게 말해주는 국어 선생님도 있어

쌍꺼풀 없이 고요하게 둥그레지는 눈매가 넌 참 예뻐

너는 어쩌면 그리 목소리가 곱니,

생머리가 물 위의 별빛처럼 그리 빛나니

 

엄마! 아빠! 벚꽃 지는 벤치에서 내가 친구들과 부르던 노래 기억나?

나는 기타 치는 소년과노래 부르는 소녀들 사이에 있어

음악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털을 가진 고양이들과 있어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밤길 마중과 분홍색 손거울과 함께 있어

거울에 담긴 열일곱 살, 맑은 내 얼굴과 함께, 여기 사이좋게 있어

 

아빠, 내가 애들과 노느라 꿈에 자주 못 가도 슬퍼하지 마

아빠, 새벽 세 시에 안 자고 일어나 내 사진 자꾸 보지 마

아빠, 내가 친구들이 더 좋아져도 삐치지 마

 

엄마, 아빠 삐치면 나대신 꼭 안아줘

하은 언니, 엄마 슬퍼하면 나대신 꼭 안아줘

성은아, 언니 슬퍼하면 네가 좋아하는 레모네이드를 타줘

지은아, 성은이가 슬퍼하면 나대신 노래 불러줘

아빠, 지은이가 슬퍼하면 나대신 두둥실 업어줘

이모, 엄마 아빠의 지친 어깨를 꼭 감싸줘

친구들아, 우리 가족의 눈물을 닦아줘

 

나의 쌍둥이, 하은 언니 고마워

나와 손잡고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여기서, 언니는 거기서 엄마 아빠 동생들을 지키자

나는 언니가 행복한 시간만큼 똑같이 행복하고

나는 언니가 사랑받는 시간만큼 똑같이 사랑받을 거야

그니까 언니, 알지?

 

아빠 아빠

나는 슬픔의 큰 홍수 뒤에 뜨는 무지개 같은 아이

하늘에서 제일 멋진 이름을 가진 아이로 만들어줘 고마워

엄마 엄마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중 가장 맑은 노래

진실을 밝히는 노래를 함께 불러줘 고마워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진은영/문학과 지성사

 

 

 

지현이에게

언니는 여기서 지현이가 너무 사랑하던 가족이랑 서로 더 사랑하고 지켜주면서 살다갈게.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게. 빨리 가진 못해도 끈질기게 갈게. 지현아,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그리고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때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

기억은 행동의 이유다.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행동하자. 살아남은 자들이 기꺼이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겠는가

-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지현이 언니가

 

맹골도 앞 바닷물을 다 마셔서 새끼를 건질 수 있다면 엄마인 나는 저 거친 바다를 다 마시겠다. 눈물과 바다를 서로 바꾸어서 자식을 살릴 수 있다면 엄마인 나는 삼백예순날을 통곡하겠다. 살릴 수 있다면 살려낼 수 있다면 바다 속에 잠긴 열여덟 푸른 나이와 애비의 남은 날을 맞바꿀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썰물 드는 바다로 뛰어들겠다. 살릴 수 있다면 살려낼 수 있다면 이 비정한 세상 무능한 나라에서 우리가 침묵하면 앞으로 또 우리 자식들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노란 리본을 달고 또 단다는 걸 안다.

- 도종환 시인의 깊은 슬픔중에서

 

주현아. 너의 얼굴을 오늘도 계속 어루만져 본다. 언제쯤 우리 주현이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오늘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니? 친구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했니? 주현이 목소리, 웃음소리, 언제 들려줄 거니? 앞으로 남은 생은 그리움뿐이겠지만, 엄마는 울지 않을게. 주현이 마음 어루만져줄 진실을 위해 힘을 낼게. 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나날이 커지지만, 다시 만나서 더욱 잘해줄 기회를 주렴. 아가야, 주현아. 엄마는 몸이 부서져도 괜찮을 만큼 너를 사랑한단다

-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주현이 엄마가

 

우리는 상실과 애통, 그리고 들끓는 분노로 존엄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약속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한 실천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또한 우리는 다짐한다.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난과 참사, 그리고 비참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할 것임을. 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해치는 구조와 권력에 맞서 가려진 것을 들추어내고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

-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중에서

 

금요일엔 돌아온다고 부푼 가슴으로 화요일에 떠났습니다. 한 번, 두 번, 열 번, 백 번, 그리고 수 백 번의 금요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형, 누나, 선생님, 그리고 형제자매들. 시계 바늘은 가슴에 꽂힌 화살이 되어 움직일 줄 모릅니다. 천만 개의 바람으로도 피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지만 갈라진 가슴팍을 적시는 한 방울 이슬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으로 별이 된 그대에게 내달리고 싶습니다. 살아 있어서 미안합니다.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용서하세요, 그대가 돌아오지 못하는 금요일에도 등하교를 해서. 함께 하겠습니다, 그대가 못 다한 사랑으로! 영면하소서, 부디.

 

 

전북제일고 학생회(회장: 3학년 7반 이가인)가 주관하여, 세월호 10주년을 맞이하여 오늘(415)부터 세월호 리본 달기 활동을 합니다. 415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각 반 실장을 통해 노란 리본을 배부하면 학생들은 노란 리본 끈에 추모의 글을 적습니다. 추모의 글을 적은 리본을 모아 학교 정문 울타리 나무에 걸어 등교하는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지역 주민이 일주일(419, 금요일까지) 동안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해주세요!

 

익산 청소년 신문 <벼리> 편집위원을 모집합니다. <벼리>는 익산의 청소년-중학교, 고등학교-들이 자신들의 정서와 문화를 직접 담아내어 공유하고 공감하는 유일한 청소년 연합 매체로 성장해왔습니다. 최근 편집위원이 모집되지 않아 폐간의 어려움에 부닥쳐 있습니다.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손발로 가감 없이 써나가는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기회를 함께 만들어갈 패기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익산시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편집위원을 모아야 하지만, 워낙 어려운 시기라서 일단 전북제일고 학생들 대상으로 인원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은 학생은 생활안전부 송창우 교사(010-7163-7249)에게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오시면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편집위원 활동은 학교 내에서 자율동아리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정보 나눔으로 <벼리>를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본관 3층 생활안전부)

 

제나온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 피드백을 해주시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피드백 내용에 따라서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또한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문자나 전화로 노크해 주시면 즉시 활짝 문을 열어 환대하겠습니다!

 

*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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