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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작성자 이태윤 등록일 20.12.30 조회수 65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오늘 밤에도 산타 할아버지가 오실까?"

"그럼, 오시고말고. 올해도 오실 거야. 그건 왜 묻니?"

"산타 할아버지가 안 오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서 그래."

"걱정 마. 올해도 산타 할아버지가 찾아와

착한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실 거야."

숲 속 동물 나라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얘기로 시간 가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너 작년에 무슨 선물을 받았니?"

토끼가 우두커니 앉아서 친구들이 얘기를 듣고 있는

아기 부엉이에게 물었습니다.

"나? 난 선물을 받지 못했어."

"뭐라고? 그럴 리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니?"

"아냐, 난 정말로 선물을 못 받았어."

"당연하지. 넌 친구들을 괴롭혔으니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리가 있니?"

다람쥐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아기 부엉이를 놀렸습니다.

아기 부엉이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런 게 아니고,

산타 할아버지가 깜박 잊고 지나치신 게지."

꽃사슴이 얼른 다람쥐의 말을 가로챘습니다.

숲 속 나라 아이들은 꽃사슴의 얘기에

모두들 그럴 거라고 얘기를 하며

올해는 꼭 좋은 선물을 받을 거라고

아기 부엉이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아기 부엉이는 산타 할아버지가 미웠습니다.

아기 부엉이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흰 눈이 소복소복 내려와 나뭇가지와 잎 위에 쌓였습니다.

눈이 내린 숲 속 나라는 하얀 동화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기 부엉이는 눈이 내리는 걸 보며 좋아하다가

다시 시무룩해졌습니다. 올해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내리는 흰 눈을 바라보던 아기 부엉이의

머릿속에 언뜻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기 부엉이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습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아기 부엉이는 너무 좋아서

콧노래까지 나왔습니다.

밤이 점점 깊어 갔습니다. 사락사락 내리는 흰 눈이 쌓여

나들이를 갔던 짐승들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아이들도 모두들

깊은 꿈의 나라로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사방이 고요해지자 아기 부엉이는 살짝 집을 빠져나갔다가

한참 후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아빠, 엄마 부엉이도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아기 부엉이는 큰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기 부엉이는 깜빡 졸았습니다.

눈이 저절로 감겨 와 머리를 떨어뜨리던 아기 부엉이는

팔짝 정신이 들었습니다.

숲 속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부엉이는 얼른 소리가 난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한 할아버지와 사슴이 보였습니다.

'내 꾀가 잘 맞아떨어졌구나.

산타 할아버지가 틀림없어.'

빨간 옷을 입고 다니는 할아버지라면

산타 할아버지임이 틀림없었습니다.

"할아버지, 뭐 하세요?"

아기 부엉이는 시치미를 뚝 떼고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응, 아기 부엉이냐? 누군가가 길에 줄을 매어 놓아 그것도 모르고

급히 달리다가 사슴이 넘어져 다리를 다치고 말았구나."

"조심할 걸 그랬군요."

"정말 그렇구나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야지. 할 일이 많은데."

산타 할아버지는 아주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얘기를 하였습니다.

아기 부엉이는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지만,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산타 할아버지를 위로하는 척하였습니다.

"참 안되었어요.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인데."

"이거 난리 났네. 갑자기 사슴을 구할 수도 없고. 아기 부엉아,

너 혹시 이 숲 속에 사슴이 살고 있는 데를 아니?"

"전 몰라요. 또 눈이 많이 내려서 사슴을 찾을 수도 없을 거예요."

아기 부엉이는 모른 척하였습니다.

"전 그만 가겠어요. 엄마가 기다리실 거예요."

아기 부엉이는 산타 할아버지를 골려 준 것이 좋아서

얼른 집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얄미운 산타 할아버지를 골려 주었으면

마음이 즐거워야 할 텐데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잠을 청하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고

푹푹 한숨만 나왔습니다.

"너 무슨 말 못 할 걱정이 있니? 웬 한숨이냐?"

엄마 부엉이가 잠결에 한숨을 쉬는 소리를

듣고 물었습니다.

"아니에요. 어서 주무세요."

"너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기다리는 모양이구나. 어서 자.

산타 할아버지는 잠을 자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실 거야."

"알았어요." 아기 부엉이는 대답을 하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눈 위에서 쩔쩔매시던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하고 계시나 걱정이 되어

자꾸만 가슴이 떨렸습니다.

또 금방이라고 산타 할아버지가 달려와 고함을 칠 것 같았습니다.

착한 아이가 누구인지 알고 선물을 주시는

산타 할아버지가 밧줄을 매어 놓은 걸 모를 리가 없습니다.

아기 부엉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

훌쩍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왜 울고 있는 거냐? 어디 아프니?"

잠결에 아기 부엉이가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

엄마 부엉이가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엄마, 내가 숲 속 오솔길에 밧줄을 매어 놓았어요.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를 태우고 달려오던 사슴이

그 줄에 걸려 넘어져 다리를 다쳤어요."

아기 부엉이는 울면서 엄마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습니다.

"아니 뭐라고? 왜 그런 짓을 했니?"

"작년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지 않아 화가 나서 그랬어요."

"이 일을 어쩌면 좋아. 큰일 났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을 텐데."

엄마 부엉이가 걱정을 했습니다.

그 바람에 아빠 부엉이도 깨어났습니다.

"아니 뭐라고?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끌던

사슴이 다쳤다고? 이거 큰일인데."

아빠 부엉이도 난처한다는 듯이 소리쳤습니다.

아기 부엉이는 죄를 진 것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렀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께 가서 용서를 빌고 방법을 찾아보자."

아기 부엉이는 아빠, 엄마를 따라

산타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그때까지도 사슴의 다친 다리를

어루만지며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어서 용서를 빌어."

아빠 부엉이가 말하자 아기 부엉이가 머뭇거리면

산타 할아버지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제가 그랬어요. 용서해 주세요."

"그럼, 용서해 주고말고. 넌 참 용기 있는 아이구나."

"고마워요. 산타 할아버지는

제가 밧줄을 매어 놓은 걸 알고 계셨지요?"

"알고말고. 그렇지만 네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어."

산타 할아버지는 인자한 웃음을 띠며

따뜻하게 아기 부엉이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그나저나 큰일 났네요. 이 선물들을 얼른 전해야 할 텐데.

어쩌면 좋지요? 못난 자식놈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를 난처하게 만들어서."

아빠 부엉이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괜찮아요. 다 좋은 수가 있지.

사슴이 꼼짝 못 하니 부엉이 가족의 힘을 빌려야겠어요."

"예? 저희들이 어떻게?"

"당신들은 밤눈이 밝고, 날개가 튼튼하니 나 대신

선물을 나르면 되지 않겠어요? 어서 날이 새기 전에

이 선물을 숲 속 나라 아이들에게 전해 주세요."

"알았습니다. 얼른 선물을 나르겠습니다."

아빠 부엉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저도 나르겠어요. 어디에 사는 누구에게

갈 선물인지 얘기만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배달하겠어요."

"알았다. 네가 큰 힘이 될 것 같구나. 너는 이 선물을

아랫마을에 사는 앓고 있는 아기 다람쥐에게 갖다 주렴.

이건 돌아오는 길에 엄마를 잃은 아기 까치에게 전해 주고."

"알았어요. 빨리 다녀올게요."

아기 부엉이는 선물을 입에 물고 날아올랐습니다.

뒤이어 아빠 부엉이와 엄마 부엉이도 힘차게 날개를 펼쳤습니다.

"오래 살다 보니까 산타 부엉이도 다 보네."

산타 할아버지는 날아가는 부엉이 가족을 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흰 눈이 나풀나풀 내리는 숲 속엔 부엉이 가족이 날아가는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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