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원광고 학생들의 역사바로알기 프로젝트의 배지 디자인 부문에서 학생들이 후보 작품 4개 중에서 하나를 골라 스티커를 붙였다. 원광고 제공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단칸방/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굳게 닫혀있는 문/…군화소리에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언젠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갈 거라는/ 희망 또한/ 굳게 닫힌 방문처럼/ 마음속 깊숙이 갇혀만 간다”(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시 <문>)
전북 익산 원광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역사바로알기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올바르게 역사를 인식하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2학년 정진범군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옛뜻을 살려 친구들과 함께 위원회를 꾸려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달 8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지난 22~26일 역사바로알기 주간을 운영했다. 이 기간 글짓기·미술 부문으로 나눠 재학생 공모전을 실시했다. 글짓기는 시·소설·수필·탄원서·신문 제작으로, 미술은 배지 디자인·조각상·만화 등으로 구분했다. 탄원서는 영어·일본어·중국어로 작성하도록 정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생 100여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공모전 결과, 글짓기에서는 방에 갇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불안함과 무기력한 심정을 표현한 시 <문>(1학년 최준희)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배지 디자인에서는 할머니들이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돼 자유롭게 날도록 희망하는 마음과 정의 실현을 바라는 다짐을 담은 <희망나비>(2학년 신동훈)가 뽑혔다. 후보 작품 4개 중에서 학생들이 등굣길에 직접 스티커로 붙이는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뽑았다. 이 배지를 500개 제작해 2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일부 기부할 예정이다. 또 6월 안에 교내에 설치할 작은 ‘평화의 소녀상’에도 수익금을 보탠다.
학생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기억의 공간’을 마련해 공모전 수상작품들을 5월 말까지 전시하고 있다. 기억의 공간 한켠에서는 학생들의 위원회 활동과 위안부 관련 영상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 학교 송태규 교장은 “학생들 스스로 교과서 밖으로 우리 역사를 꺼내 바로알기를 추진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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