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 우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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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우다은 | 등록일 | 16.07.28 | 조회수 | 259 |
나는 4년째 아침자습 시간에 귀공주를 하고있다.다른 학교는 등교해서 자리에 앉아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침에 학교에 등교해서 반에 도착하면 귀공주 안내 방송 소리를 들으며 귀공주 노트를 펴는게 일상이었다.중학교에 갓 입학했을때는 무엇이든 의지가 넘쳐서 귀공주도 꼬박꼬박 곧잘 했지만 그것도 잠시 나태해진 나는 슬금슬금 빈칸으로 놓아두는 날이 많아졌다.하지만 담임선생님이 귀공주를 검사하는 날이면 이빨 빠진 내 귀공주 노트가 부끄러워 차마 검사 받은 것을 펴보지도 못하고 도로 책상서랍 속에 넣어놓을 때도 있었다.그렇게 이빨 빠진 귀공주를 부끄러워 하던 나는 언젠가부터 다시 빈칸없이 꽉꽉 귀공주를 채우기 시작했다.어느새 귀공주가 내 아침의 일상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처음엔 자주 빼먹었더라도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일년...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일상적으로 매일매일 귀공주를 하다보니 정말로 귀공주가 습관이 되어 있었다.습관이 든 덕분인지 나는 매달 귀공주 검사에서 담임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고, 귀공주의 상품으로 따라오는 매점 이용권도 자주 받게 되었다.그렇게 중학교 3년동안 점점 비워지는게 아닌, 채워져가는 세권의 귀공주를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사실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 이 '귀공주'를 다시 마주했을때 다른애들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부담 반, 귀찮음 반이었다.'3년동안 계속 해왔는데 중학교 때보다 더욱 바쁜 고등학교에서까지 해야 한다니.'3, 4월달의 내 귀공주는 귀찮음을 참고 그래도 열심히 한 모습이 보였지만 5월의 내 귀공주를 보니 너무 썰렁했다.담임선생님께 5월 귀공주 검사를 받은 날, '귀공주가 휴가 갔다온거냐.'는 선생님의 말씀을 보았을때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머쓱해졌다.중학교 초반과 변한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후 6월달 귀공주의 나는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휴가 다녀온 귀공주들은 다시 제자리에서 제 할일을 하기 시작했고 내 귀공주의 빈칸은 점점 채워져갔다.중학교 때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고 가끔 느끼긴 하지만 중학교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거라면 이제 내 귀공주는 빈틈없이 꽉꽉 채워지고 있는게 아닐까?그렇다면 나는 귀공주를 해온 3년동안, 그리고 하고있는 4년째 조금이라도, 한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며 변화하고 있는 귀공주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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