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여자고등학교 로고이미지

귀공주 체험수기방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이곳은 원광여고 귀공주들이 ‘나를 맑히고 세상을 밝히는 인성교육 유·무념 대조체크’를 통하여 자신의 생활이 변화된 내용을 기재하는 공간입니다.

2110 노유정
작성자 노유리 등록일 16.07.27 조회수 277
중학교 1학년 때 부터였다. 내가 욕을 하기 시작한 것은. 같은 반이였던  한 남자 아이가 반 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입고 있던 여학생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 볼 것도 없는 것 들이..." 나는 당시 사춘기를 막 받아들인 나이였고,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지들은 고추밖에 안달린게! 자랑할 것도 없지 시발 새끼야!"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나에게 '대단하다','잘했다' ,'고맙다' 등의 긍정적인 말들만 건넸을 뿐 누구 하나 나에게 욕을 했다며 꾸짖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때 부터 누구도 나를 만만히 보도록 허락하고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그저 비속어들만 주륵 늘어 놓았지만, 두번, 세번...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내 입에는 검은 말들만 다닥다닥 붙어 떨어뜨리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친구와 내 동생과 함께 빵을 나눠 먹으면서 얘기를 하던 중, 나도 모르게 '시발' 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집에서는 부모님의 눈과 동생들의 귀가 내 입에서 나오려는 단어들을 제한시켰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내가 욕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동생 앞에서 다른 욕도 아닌 '시발' 이라니. 적잖게 충격을 받는 동생의 표정을 보고 내 언어습관의 심각성을 느꼈다. 그 날 밤, 나는 나와 비속어를 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다짐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영 시원찮은 자극제 였던건지, 며칠이 지난 뒤 다시 같은 욕을 반복했다. 결국 나는 중학교 졸업 때까지 비속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원광여고로 입학했다.
 개학 첫 날,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파란색 배경에 '귀공주'라는 로고같은 것이 박힌 노트를 나누어주셨다. 그 안에는 한 달을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는 작은 네모들이 있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하니 아침마다 나의 인성을 체크하는 노트라고 한다. 어렸을 때 부터 예의 바르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던 나로서는 당연히 매일 아침 나의 기분을 거슬리게 할 만한 걸림돌이 될 항목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지 매일 '미흡함' 표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항목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배려하기'나 '존중하기' 혹은 '반성하기' 같은 것이 아니였다. 내가 항상 해왔던, 당연스럽게 써왔던 비속어들을 금기하는 항목이였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내가 하루 중 하는 말의 50%가 비속어라는 것을 발견했다. 꼬리마다 다양한 모양새를 한 욕들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던 나의 말들이 남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세 보이기 위한 도구로써 그렇게 다른 이들을 괴롭혀 왔던 것이였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되돌아가기 힘든 길을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무섭다고, 힘들다고 쉽게 포기해도 될 길이 아니였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바른 나를 찾기 위해서는 의지를 단단히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날 아침부터 나를 되돌아보는 귀공주 시간의 마지막 시간, '나에게 한 마디' 란에 비속어에 대한 나의 다짐을 적기 시작했다. 쉽지 않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두 달로는 부족했다. 약 다섯 달 정도가 지나서야 나의 나쁜 습관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다.
 2학년에 와서도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귀공주 덕에 내가 비속어 대신 고운 말을 쓰게 되고, 1학년 때 보다 다양한 단어를 쓸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말하는 습관까지 생기게 되었다. 또한 그 외에도 자주 '미흡함' 표가 표시되었던 계획 세우는 란도 점점 '매우 잘 함' 표시로 채워지게 되었고, 저번 달(6월)에는 모든 항목에서 '매우 잘 함'이 21개 이상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나의 언어 습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제는 귀공주 '나에게 한 마디' 란에 매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의지, 다짐 그리고 반성들을 짧게 담아 넣음으로써 '완전히 바른 인성을 가진 나'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중이다. 물론 지금도 가끔 나의 언어들을 나 스스로 지적하긴 하지만 그 비속어들의 강도가 강하지도 않고, 그것들을 걸림돌 삼는 횟수가 잦지도 않다. 나는 내가 나의 언어 습관을 고친 것 처럼 다른 학생들도 매일 아침 귀공주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반성하고, 좋지 못한 습관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나만의 인성 기록장을 채워나갔으면 한다.
이전글 2414마성령
다음글 2703 김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