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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주 체험수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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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광여고 귀공주들이 ‘나를 맑히고 세상을 밝히는 인성교육 유·무념 대조체크’를 통하여 자신의 생활이 변화된 내용을 기재하는 공간입니다.

2110 노유정
작성자 노유리 등록일 16.07.27 조회수 278
중학교 1학년 때 부터였다. 내가 욕을 하기 시작한 것은. 같은 반이였던  한 남자 아이가 반 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입고 있던 여학생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 볼 것도 없는 것 들이..." 나는 당시 사춘기를 막 받아들인 나이였고,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지들은 고추밖에 안달린게! 자랑할 것도 없지 시발 새끼야!"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나에게 '대단하다','잘했다' ,'고맙다' 등의 긍정적인 말들만 건넸을 뿐 누구 하나 나에게 욕을 했다며 꾸짖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때 부터 누구도 나를 만만히 보도록 허락하고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그저 비속어들만 주륵 늘어 놓았지만, 두번, 세번...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내 입에는 검은 말들만 다닥다닥 붙어 떨어뜨리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친구와 내 동생과 함께 빵을 나눠 먹으면서 얘기를 하던 중, 나도 모르게 '시발' 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집에서는 부모님의 눈과 동생들의 귀가 내 입에서 나오려는 단어들을 제한시켰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내가 욕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동생 앞에서 다른 욕도 아닌 '시발' 이라니. 적잖게 충격을 받는 동생의 표정을 보고 내 언어습관의 심각성을 느꼈다. 그 날 밤, 나는 나와 비속어를 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다짐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영 시원찮은 자극제 였던건지, 며칠이 지난 뒤 다시 같은 욕을 반복했다. 결국 나는 중학교 졸업 때까지 비속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원광여고로 입학했다.
 개학 첫 날,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파란색 배경에 '귀공주'라는 로고같은 것이 박힌 노트를 나누어주셨다. 그 안에는 한 달을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는 작은 네모들이 있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하니 아침마다 나의 인성을 체크하는 노트라고 한다. 어렸을 때 부터 예의 바르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던 나로서는 당연히 매일 아침 나의 기분을 거슬리게 할 만한 걸림돌이 될 항목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지 매일 '미흡함' 표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항목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배려하기'나 '존중하기' 혹은 '반성하기' 같은 것이 아니였다. 내가 항상 해왔던, 당연스럽게 써왔던 비속어들을 금기하는 항목이였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내가 하루 중 하는 말의 50%가 비속어라는 것을 발견했다. 꼬리마다 다양한 모양새를 한 욕들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던 나의 말들이 남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세 보이기 위한 도구로써 그렇게 다른 이들을 괴롭혀 왔던 것이였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되돌아가기 힘든 길을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무섭다고, 힘들다고 쉽게 포기해도 될 길이 아니였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바른 나를 찾기 위해서는 의지를 단단히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날 아침부터 나를 되돌아보는 귀공주 시간의 마지막 시간, '나에게 한 마디' 란에 비속어에 대한 나의 다짐을 적기 시작했다. 쉽지 않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두 달로는 부족했다. 약 다섯 달 정도가 지나서야 나의 나쁜 습관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다.
 2학년에 와서도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귀공주 덕에 내가 비속어 대신 고운 말을 쓰게 되고, 1학년 때 보다 다양한 단어를 쓸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말하는 습관까지 생기게 되었다. 또한 그 외에도 자주 '미흡함' 표가 표시되었던 계획 세우는 란도 점점 '매우 잘 함' 표시로 채워지게 되었고, 저번 달(6월)에는 모든 항목에서 '매우 잘 함'이 21개 이상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나의 언어 습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제는 귀공주 '나에게 한 마디' 란에 매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의지, 다짐 그리고 반성들을 짧게 담아 넣음으로써 '완전히 바른 인성을 가진 나'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중이다. 물론 지금도 가끔 나의 언어들을 나 스스로 지적하긴 하지만 그 비속어들의 강도가 강하지도 않고, 그것들을 걸림돌 삼는 횟수가 잦지도 않다. 나는 내가 나의 언어 습관을 고친 것 처럼 다른 학생들도 매일 아침 귀공주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반성하고, 좋지 못한 습관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나만의 인성 기록장을 채워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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