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8 이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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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하은 | 등록일 | 16.07.22 | 조회수 | 208 |
스쿨버스에 하차한 다음 우리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몇 걸음이 채 안되는 횡단보도가 하나 있다. 학교가 끝난 후에는 차들이 얼마 없기도 할 뿐더러 횡단보도의 길이가 워낙 짧아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심지어 신호의 길이도 빨간불의 쪽이 초록불보다 훨씬 길어 부끄럽지만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뛰어서 건너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두근거리고 떨렸지만, 두 번, 세 번 여러 번 할 수록 점점 당연시되어갔다. 평소 귀공주의 개인 유무념칸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같은 일상 생활에서 당연히 행하던 일들을 적어놨는데, 이는 어차피 하는 일이니 동그라미나 치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체험수기를 쓰기 위해 사소하지만 내가 항상 지키기에는 약간 어려운 일이 뭘까, 하고 생각해내다 '신호 위반 하지 않기'를 생각해내었다. 평소에는 신호위반을 잘 하지 않지만 그 짤막한 횡단보도에서는 예외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며칠간은 열심히 지켰다. 동그라미를 치는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자극 없이 계속되는 일상에 '그저 하루 쯤..'하며 나도 모르게 어기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에 귀공주를 하면서 항상 후회하면서도 그랬다. 결국 난 나 혼자와 약속을 했는데, 딱 2주만 참아보는 것이었다. 4-5일 정도는 건너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다들 건너는데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게 바보같아 보이기도 하고, 우스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꾹 참았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나고나선 오히려 당연하게 신호가 바뀔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그 습관은 2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이제 더 이상 개인 유무념칸을 신호위반 금지로 채워놓지 않아도 스스로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하여 나는 2주면 습관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만약 귀공주를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런 다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귀공주를 통하여 또 나의 무엇이 바뀔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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