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 아침 등교맞이 중에 있었던 일화를 공유합니다. 출근하는 날이면 매일 그랬듯이 오늘도 등교하는 아이들과 주먹 인사를 하며, 1차 고사 마지막 날임을 착안하여 '오늘 시험 치르는데 수고 많겠구나'라는 말은 건냈습니다. 그런 인사를 받은 한 아이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아무 말없이 지나갔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를 확인하고자 저만치 간 아이를 다시 불러 그 웃음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물론 제 나름대로 그 웃음의 의미를 짐작한 것이 없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두어 차례 '웃음의 의미가 무엇이냐?' 물으니 대답을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짐작했던 내용(시험 준비를 안 했는데 시험 치르느라 수고하겠다는 말을 자신은 들을 자격이 없음)을 말했습니다. 아주 작은 목소리를 저의 이야기가 맞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 아이와 나란히 걸으며 '학생이 시험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냐?' 물었습니다. '옳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럼 '그 옳지 않는 행동을 다음 시험 때도 할 것이냐?' 물었습니다. '다음 시험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은 준비하겠노라'고 답을 합니다. 그래서 얼른 그 아이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그 아이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겪었던 그 아이의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다음에도 시험 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의 약속을 믿고 싶었습니다. 어쩜 그래야 제 속이 편해서 그랬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열 번을 속더라도 그 아이를 믿고 싶습니다. 선생인 나를 속이면 그 아이인들 속이 편켔습니까? 한 번 속여, 두 번 속여 그러다 보면 그 아이도 양심이 있는지라 깨달음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 아이와 손가락을 건 후 확인(새끼 손가락을 건 상태에서 서로의 엄 손가락을 맞대는 것), 복사(서로의 손바닥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스캔하는 것)까지 마무리하며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선생의 길~! 쉽지 않으시죠? 아이들에게 속아줄 준비는 되셨는지요? 속아줍시다. 속아주다보면 어느 날 아이도 선생님께서 속아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가 되면 우리의 아이들이 변하지 않을까요? 설사 선생이 자신에게 속아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변하지 않더라도 저희들은 선생이잖아요. 그 선생의 길 같이 가보실 것은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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